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6)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6)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8.25 17:15
  • 호수 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2011년부터 ‘수산지식나눔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청어, 빛깔은 푸르고
살은 달아

청어(靑魚)_ 비웃

청어는 색깔이 푸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안: ‘도경본초’에 이르기를 “청어는 강이나 호수에서 나는데, 잡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다. 환어와 비슷하지만 등이 새파란 색깔이고 머릿속에 침골이 있는데 삶아서 햇볕에 말리면 호박과 같다. 삶아서 두들기면 술그릇이나 빗과 빗치개를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 이르기를 “청은 또 청이라고도 쓰는데 색깔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라고 했으니 이것이 본초 관련서에 기록된 청어이다.

우리나라의 청어는 이와 달리 강이나 호수에는 나지 않는다. 겨울에 관북의 먼 바다에서 나고, 늦겨울에서 초봄에 동해를 따라 남해로 돌아 영남의 먼 바다에 이르러 그 생산이 더욱 번성하다. 또 서해로 돌아 황해도의 해주 앞바다에 이르면 더욱 살이 찌고 맛이 있다. 청어가 다닐 때에는 천 마리 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조수를 따라 휩쓸려서 이르는데 3월에 되어서야 그친다. 우리나라의 청어는 ‘본초강목’에서 말한 청어와 이름은 같지만 실제는 다르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에서 ‘본초강목’의 청어를 주석하기를 “우리나라의 청어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다만 ‘화한삼재도회’에 이르기를 “청어는 모양이 환과 비슷하나 비늘이 잘다. 큰 것은 1차 4~5치 정도가 된다. 등은 새파란인데 가운데에 푸른빛을 띤 검은색바탕에 연한 아롱진 무늬가 있으니 새끼줄을 감아 놓은 것 같다. 꼬리 주변의 양쪽에 서로 맞대어 가시지느러미가 있다. 살은 달고 연한 신맛이 난다. 쉽게 부패하는데 하룻밤을 지나고 난 것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 4월 중에 수만마리가 물결에 떠서 다니므로 낚시질하거나 그물질하지 않고서도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 수만 마리가 물결에 떠서 다닌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청어가 아니고서는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이것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청어는 똑같이 바다에서 나지만 ‘본초강목’에서 말한 청어는 강과 호수에서 나는 다른 종류인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평설

청어목 청어과 물고기인 청어는 어명고에 한글로 ‘비웃’이라고 기록돼 있고 고어로는 ‘비우’으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재물보’에는 별칭을 누어라 했고 ‘명물기략’에는 값싸고 맛이 있어 가난한 선비들이 잘 사먹는 물고기라 해 선비들을 살찍게 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비유어’로 기록돼 있다.

동해안에서는 등어, 전남에서는 고심청어, 경북에서는 눈검쟁이, 푸주치로 불리며 서울에서는 크기가 크고 알을 품은 청어를 구구대라 한다. 또 고심청어, 푸주치, 눈검쟁이, 갈청어라는 별칭도 있다. 청어는 한국 연근해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소형어종으로 수온이 2~10도인 저층 냉수대에서 서식한다. 산란기는 겨울에서 봄 사이이며 외해에서 연안 또는 내만의 암초지역이나 해조류가 분포한 지역으로 이동해 산란한다.

어명고에서는 중국문헌을 인용해 ‘환어와 비슷하지만 등이짙은 푸른색이고 머릿속에 침골이 있는데 삶아서 햇볕에 말리면 호박과 같다. 불에 달구어 두들겨 술그릇이나 빗과 빗치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며 우리 청어와 다른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우리는 한자를 빌려 사물을 기록했다. 그 결과 실제 같은 한자이름을 쓰면서 중국의 사물과 우리의 사물이 일치하지 않기도 해서 혼선이 생긴다. 중국의 청어는 길이가 200cm, 무게는 80kg까지 자라는 잉어과의 대형 민물고기다. 비록 한자이름은 같아도 우리 청어와는 전혀 다른 물고기인 것이다. 그러나 ‘화한삼재도회’에서 나오는 청어는 우리의 바다 청어와 같은 것이다. 어명고에 ‘하룻밤을 지나고 난 것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고 한 것은 등푸른 생선인 청어가 상온에서 쉽게 부패하는 것을 말하여 싱싱하지 않은 것을 먹으면 식중독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청어설명 중 속칭 관목은 오늘날 ‘과메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겨울에 잡은 청어를 배를 따지 않고 소금을 치지 않은 채 그대로 엮어 그늘진 곳에서 겨우내 얼렸다 말리기를 반복하는 것은 ‘냉훈법’이라는 가공법으로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