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
[우리 바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
  • 김병곤
  • 승인 2016.08.18 14:17
  • 호수 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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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 보배의 섬 보길도

▲ 예송리 정자에서 바라본 예송리 마을과 앞바다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 보배의 섬 보길도(甫吉島).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이지만 무엇보다 이곳에선 조선 시대 최고의 정치가 두 명의 삶을 비교 조명할 수 있다.

궂은 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화/ 산수의 경개를 그 누가 그려 낸 고/ 로 시작된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하사(夏詞)가 지금 여름 날씨를 표현하고 있다.

▲ 보길도 명소 1번지로 불리는 ‘보죽산’
▲ 우암 송시열이 유배길에 신세를 한탄하며 바위에 새긴 ‘글씐바위'

또 하나의 글은 우암 송시열의 시다. 여든 셋 늙은 몸이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구나/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일까 세 번이나 쫓겨난 이도 또한 힘들었을 것인데/ 대궐에 계신 님을 부질없이 우러르며 다만 남녘 바다의 훈풍만 믿을 수밖에/ 담비 갖옷 내리신 옛 은혜 잊으니 감격하여 외로운 충정으로 흐느끼네/ 83세의 나이에 제주도로 귀향 가면서 바위에 새긴 ‘글씐바위’가 있다.

조선시대 두 선비는 시대를 달리하며 보길도에서 생활했다. 윤선도는 제주도로 떠나면서 보길도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지며 13년 동안 머물렀다. ‘윤선도의 왕국’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우암 송시열 역시 유배길에 신세를 한탄하며 쓴 글이 바위에 새겨지면서 보길도의 역사적 가치를 보탰다.

보길도는 해남 땅 끝에서 출발한다. 배를 타고 1시간쯤 달리면 노화도 산양 선창장에 도착해 차로 20여분을 가면 2008년 완공된 ‘보길대교’가 놓여있다. 보길대교를 건너면 세 갈래 길로 나눠진다. 그 중 윤선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은 섬의 가운데를 가로 지른다. 차로 5분쯤 달리자 처음 나타나는 곳은 세연정. 세연이란 “주변경관이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주로 고산이 인공연못을 만들어 풍류와 유희를 즐기는 장소였다. 이곳이서 산으로 15분정도 올라가면 옥소대가 나온다. 세연정에서 부용동으로 더 들어가면 우측 산 가운데 ‘동천석실’이 보인다. 길에서 바라보면 산 중턱에 놓인 정자가 보이는데 역시 고산이 차를 마시며 보길도의 풍광을 즐기던 곳이다. 고산의 주된 주거공간이었던 낙서재는 보길도에 입도해 격자봉의 혈맥을 좇아 집터를 잡고, 3칸의 초가로 된 집을 지었다. 마치 이곳에 머무르고 있으면 섬이 아니라 드넓은 평야나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 추자도가 보이는 낙조가 아름다운 ‘망끝전망대’
보길도는 일주도로가 없다. 그래서 들어간 길을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고산의 자취를 따라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 서쪽 해변길로 가면 황원포를 향해 뻗은 길이다. 길을 따라 몇몇 마을이 나타난다. 대부분 전복 양식을 하는 어촌마을이다. 전복작업선은 초고속 성능에 내부도 넓어 전복먹이인 다시마를 채취하기가 좋다. 이들 배에는 대부분 선외기가 2개 이상 설치돼 일명 ‘섬 벤츠’로 불린다. 어업인들은 전복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선창마을을 지나면 망끝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낙조는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멀리 추자도가 시야에 들어오고 보길도 명소 1번지로 불리는 뾰족산(보죽산)이 그림처럼 위용을 자랑한다. 보죽산 너머에는 일명 공룡알 해변이 있다. 모양이 동글동글해 ‘깻돌’이라고 부른다.

▲ 고산이 차를 마시며 보길도 풍광을 즐겼다는 ‘동천석실’
섬의 반대편엔 부드러운 모래사장 해변이 펼쳐진다. 보길도에서 가장 풍경이 멋지다는 예송리 전망대를 지나면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이 연달아 나온다. 섬의 동쪽 끝으로 가면 우암 송시열이 글씨를 써놓았다는 ‘글씐바위’가 있다. 이 길목이 제주로 가는 뱃길이다.

보길도 여행은 차로 4시간 정도면 섬의 대부분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길도의 유명한 등산코스 몇 곳을 포함하려면 보길도는 1박2일 코스로도 부족하다. 등산길은 초보자도 갈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 있다. 풍광과 역사가 있는 보길도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되찾아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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