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인천 세어도
[우리 바다 여행] 인천 세어도
  • 김동우
  • 승인 2016.07.21 13:54
  • 호수 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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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숨은 비경을 찾아 떠난 여행

▲ 세어도에 들어가기 위해선 선착장에서 정서진호를 이용해야 한다.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인천 세어도(細於島).

이런 섬이 인천 어디 붙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지도를 찾았다. 가만 살펴보니 서울에서 인천공항에 갈 때 영종대교 위에서 봤던 바로 그 섬이 세어도다.

가늘고 길게 늘어선 섬, 세어도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다. 사람이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관광지로 개발된 것도 아니다. 다니는 여객선도 인천시 서구에서 운영하는 관공선(정서진호)이 전부다. 그랬던 오지 섬이 최근 옛 어촌의 향수와 자연생태가 어우러진 힐링 장소로 주목받으며 인천의 숨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선 인천 서구 홈페이지(http://www.seo.incheon.kr/i carusx/sub02/001/sub1_2/)에서 정서진호의 운행 일정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배는 인천 서구 오류동에 위치한 세어도 선착장에서 타면 된다. 선착장 바로 앞에 보이는 세어도 까지는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 작은 세어도 마을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섬에 도착하자 자동차는커녕, 2층 집조차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설치된 섬 안내 표지판만 아니었다면 바다를 사이로 시간이 뚝 단절된 듯 한 느낌마저 든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올라서면 빛바랜 담장 사이로 아기자기한 벽화가 먼저 눈길을 잡아끈다. 또 섬을 일주 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 걷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있다. 길은 섬을 관통해 전망대로 이어진다.

길을 조금 가다 보면 한눈에 봐도 기운이 범상치 않은 소나무 군락을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이곳이 당집이 있던 당재였다고 한다. 과거엔 이곳 주변을 신성시해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고, 어린이들의 접근도 막았다. 세어도 사람들은 마을 제사(동제)를 지내며 소를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이는 섬의 지형이 동서로 길게 뻗은 뱀의 형태와 비슷해 뱀의 천적인 돼지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길은 소나무 군락지를 빙 돌아 해안선을 끼고 이어진다. 햇빛이 가려진 숲길을 걷다 보면 섬 끝에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쉬어 가기 좋은 정자가 설치돼 있는 전망대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금세 땀을 식힌다. 전망대 아래 물이 물러간 자리 위로 갯벌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 위를 바람이 쓸고 지나간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살아 꿈틀대는 생명의 냄새다. 낮게 깔린 구름은 시시각각 모양을 바꿔가며 자칫 심심할 뻔했던 풍경에 율동감을 더한다. 지금에서야 세어도를 찾은 게 후회되는 풍광이다.

▲ 세어도는 최근 걷기를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 멀리 소세어도가 보인다.


길은 전망대를 지나 소세어도(지내섬)로 이어진다. 갯벌 위에 돌로 쌓아 만든 길이 활처럼 휘며 섬과 섬을 연결한다. 뚜벅뚜벅 걸어 소세어도에 오르면 강화 동검도가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자세히 들여다본 갯벌은 각종 바다생물의 보고다. 가족단위 여행자라면 세어도에서 어촌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연한 길에 다시 오르면 어느새 다시 마을에 다가선다. 배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식당 문을 두드려 본다. 잠시 뒤 밑반찬이 수북이 담긴 할머니표 ‘시골밥상’이 상위에 오른다. 걷기, 풍경, 맛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섬 여행은 이렇듯 넉넉하다.

▲ 세어도 선착장에서 여행자들이 나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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