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4)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4)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6.30 14:48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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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2011년부터 ‘수산지식나눔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늑어(勒魚)-반당이
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른 물고기 밴댕이와 반지

원문

본초강목에 이르기를 “늑어는 배에 단단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다. 동해와 남해에서 4~5월에 어부들이 그물을 쳐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물속에서 소리가 들리면 이 물고기가 이른 것이다. 1,2,3차례 오고 나서야 그친다. 모양은 준치와 비슷하지만 눈이 작고 비늘이 잘다. 배 아래에 단단한 가시가 있고 머리 아래에도 뼈가 있어 합치면 학의 부리 같은 형상이다. 말린 것은 늑상이라고 한다. 덜 익은 참외의 꼭지에 늑상을 꽂고 하룻밤 두면 익는다”고 했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소어(蘇魚)이다. 서해와 남해에서 나는데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는 중국의 동해와 남해이다. 5월에 어부들이 통발을 설치해 잡는데 강화와 인천 등지가 가장 번성하다. 몸이 납작하고 비늘이 희다. 배에는 강한 가시가 많고 머리 아래에 2개의 뼈가 있다. 가시는 뾰족하면서 길고 끝에 미늘이 달려 있어서 물건이 걸린다. 그 형태와 색깔, 산지, 나는 철이 모두 ‘본초강목’과 부합하니 소어가 늑어라는 것은 의심할 것이 없다.

평설

어보에서는 ‘본초강목’에 기록된 늑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후, 필자 나름의 고찰을 통해 소어라고 비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초강목에서 논한 중국의 늑어는 학명이 Lisha elongata로 준치를 말한다. 어명고의 소어는 일반적으로 밴댕이로 비정돼 있다. 그러나 어명고의 배에는 강한 가시가 많고 머리 아래에 2개의 뼈가 있다는 점, 가시는 뾰족하면서 길고 끝에 미늘이 달려 있다는 점은 청어과 밴댕이가 아니라 멸치과 반지의 특징이다.

반지는 크기가 20cm 정도로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머리는 작다. 등은 연한 암갈색을 띠고 배 쪽은 흰색을 띤다. 한국어도보에서도 반지의 모습을 머리 밑에 두 개의 가시가 있어 뾰족하고 긴 갈고리가 돼 있다. 배 쪽의 아래에 있는 억센 가시와 머리 밑의 뼈가 합쳐져 학 부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어명고의 고찰과 일치하는 묘사다. 반지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에 서식하며 무리를 지어 이동해 5~6월에 산란한다. 소어, 고소어, 늑어라고도 불리며 경기도 지방에서는 밴댕이 반댕이 등으로도 불리지만 밴딩와는 다른 어종이다.

밴댕이는 청어과로 몸길이는 15cm 정도로 옆으로 납작하며 가늘고 길다. 등은 청록색,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띤다. 몸집이나 비늘, 몸색깔 등이 멸치와 비슷하지만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된다. 청소어, 빈징어, 빈지매, 반당이라고도 불린다.

반지와 밴댕이는 소어란 이름으로 같이 불리며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소어가 밴딩이와 반지로 올라 있을 정도로 두 물고기 이름이 혼용되고 있다. 어명고에서 설명한 소어란 물고기는 반지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밴댕이를 말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어보의 설명 내용만으로는 반지일 가능성이 더 크다.

소어는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물고기였다. 말려서 먹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용도는 젓갈이었다. 왕실 식용을 위해 소어 잡이를 나라에서 직접 관리했다. 사용원에 소어를 잡기 위한 직소인 소어소를 안산에 두었고, 소어소는 소에 소속된 어민과 어장을 관리하면서 잡힌 것을 거두어 사용원에 바쳤다. 소어소에서 잡았던 물고기는 서해에서 소어라고 불렀던 밴댕이었고 주로 젓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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