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미조개’, 그 껍질 속에 그득한 조갯살
‘갈미조개’, 그 껍질 속에 그득한 조갯살
  • 김상수
  • 승인 2010.04.07 20:40
  • 호수 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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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백 저지방, 철분 특히 많아

▲ 갈미조개 조가비가 노란빛을 띠고있다

▲ 속살도 노란빛을 띠는데 요리하기 전에 속에 든 모래를 제거해야 한다
보통 조개류는 모양새를 따서 이름이 붙는다. 특히 조가비 모양을 본 딴 것이 대부분이요 가끔씩 조가비 속에 들어찬 내용물을 보고 이름 붙였지 싶은 게 있다. 경남지방에서 속살 모양을 본따 이름을 붙인 대표적인 게 ‘갈미조개’다.
새조개처럼 그냥 새가 아니라 딱 집어서 ‘갈미조개’인데, 이 때의 ‘갈미’는 경상도 말로 갈매기를 이른다. 이런 갈미조개가 생물학자들의 책상에 오르면 개량조개가 되고, 전북으로 가면 노랑조개가 되기도 한다.

‘수육’이라 불리는 조갯살
전국 갯가의 공통된 이름은 ‘해방조개’인데, 이는 8.15 광복이 되던 무렵부터 별안간 많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했다. 광복 이후부터 보릿고개란 말이 있던 지난 1960년대까지 그 배고프던 시절, 갯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덕에 해방조개가 되었다는 이야기 역시 공통된 의견이다.

▲ 명지어업인들의 형망에 걸려온 갈미조개
학자들은 생태를 따져 ‘갈미조개’ 유생집단이 조류 혹은 해류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동서해안과 남해안에 정착한 까닭이라는데, 하여 바닷가를 찾은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횡재의 기회를 안겨주기도 한다. 한여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찾아가면 간혹 이런 횡재를 얻는데, 주로 피서철에 ‘갈미조개’가 백사장을 온통 뒤덮다시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란다.

한편, 어느 바다고 갈미조개가 사는 곳은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10미터까지 모래 혹은 사니질 갯벌. 한때는 담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수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기수에 가까운 경북 연안과 낙동강 하구에서 대량으로 잡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조가비는 황갈색 바탕에  얕은 결이 있고 여러 줄의 방사상 띠가 아래로 뻗어 결과 교차하는 것이 특징. 조갯살은 잘 익은 귤색
▲ 어항 속에 든 갈미조개
으로 수컷이 더 진하다는 설명. 부산 명지 어민들은 낙동강 하구에서의 갈미조개를 잡을 때 형망을 동원한다. 5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산란기. 주 채취기간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라지만, 미리 채취해 놓은 조개가 많으니 연중 입맛 호사가 가능하다.

명지마을 남정네들은 내장을 발라낸 나머지 살을 ‘생회’라 부르며 바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지만, 외지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갈미조개 수육’이다. 갈미조개의 속살로 만든 요리 중 대표적인 요리이기도 한데, 이 ‘수육’은 별다른 양념 없이 살짝 데쳐낸 것에 불과하다, 조개요리 중 수육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갈미조개 뿐일 터. 그만큼 조갯살이 푸짐하기 때문이겠다.

▲ 갈미조개 수육
“조개가 서식하는 데가 모래 속이니 내장 속에 모래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채취한 뒤엔 한 이틀 정도 물에 담가 놓고 모래를 빼내거나 아니면 내장을 제거해야 하지요.” 관광객들은 수육이나 시원한 맛이 일품인 전골을 주로 찾는다는 게 명지 아낙네의 설명이다. 데쳐낸 수육은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별미. 갈미조개 수육을 한 입 그득 넣으면, 비로소 ‘해방조개’며 ‘보릿고개’ 운운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터, 몇 점만 먹어도 시장기가 가시기 때문이다.

이 수육을 만들 때 나온 국물 역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부추를 잘게 썰어 띄워먹는데, 해장국이 따로 없고, 손맛 좋은 명지 아낙네들은 조갯살을 넣은 ‘갈미 미역국’을 식구들 밥상에 올리기도 한단다. 전문점이 모여 있는 명지 마을에서 잘 나가는 요리는 ‘갈미조개전골’. 미나리에 콩나물, 팽이버섯과 양배추, 풋고추를 포함해서 신선한 채소를 썰어 넣고 물을 부어 한소끔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붉은 고추로 만든 갖은 양념과 조갯살을 넣어 다시 끓여내면 전골 완성. 조갯살이 익을 무렵 쑥갓을 넣어 상큼한 맛을 낸 이 전골은 그대로 술안주가 되고 밥반찬이 된다.

이런 갈미조개는 맛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몸에도 더없이 좋다. 육질 100그램 당 단백질이 12그램인데 비해, 지방은 0.7그램(참굴 2.4그램)으로 매우 낮다. 무기질인 칼슘은 65밀리그램(참굴 84밀리그램)으로 다소 낮지만, 철분은 11밀리그램으로 매우 풍부하다.

한편, 군산, 부안 등 전북지방에서는 조갯살을 잘 말려낸 것을 듬뿍 쌓아놓고 팔기도 하고, 조개구이 전문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여행길에 구입해 맛 볼 일이다.
▲ 전골에 들어가는 재료들
▲ 갈미조개 전골국물이 뽀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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