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법 선물제한, 수산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부정청탁법 선물제한, 수산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6.16 17:16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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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원장직무대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서 수산계를 비롯 농축산계가 뒤숭숭하다. 일명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법은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식사비, 선물비, 경조사비의 한도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식사비는 3만원, 선물비는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제한선이다. 올 9월에 시행될 예정이며 오는 6월 20일까지 시행령이 의견수렴을 위해 입법예고 되어 있다.

‘김영란 법’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자는 의도로 출발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고 여기에 힘을 얻어 시행까지 앞두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악법이라는 의견과 함께 문제점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도 적잖다. 특히 농수축산업계는 뇌물로 보기 힘든 농수축산물을 선물하는데 그 금액까지 제한하면 산업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거 우리 공직사회는 부정부패가 종종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직사회도 크게 바뀌었다. 많이 깨끗해진 지금 일부의 부패를 두고 법까지 만들어 선물을 제한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방지법을 만들려면 몇 십 년 전에 만들었어야지, 별 실효성이 없는 지금 만드는 것도 달갑지 않다.

그렇다면 ‘김영란 법’이 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간 최소 1440억원~7270억원으로 추산되는 수산물의 매출감소가 우려된다. 수산물의 연간 총 소비액 8조8000억원 중 명절기간의 판매점유율(21%), 금액대별 매출 비중(5만원 이상이 선물세트의 60%), 공직자 가구 비율(13%) 공직자 수령 선물 개수(1∼5개) 등을 고려하여 추정한 수치다.
아울러 직접적인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공직자에 대한 선물가격 제한으로 선물에 대한 수요와 문화 자체가 저하 되는 간접 영향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2배, 3배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명절 선물은 국내산으로 한다. 가격도 수입산에 비해 비싸긴 하다. 선물의 가격제한은 결국 값싼 수입에 대한 선물의 증가로 귀결되어 국내산을 역차별하는 해프닝도 발생한다. 5만원 이하로 맞춘다고 조기를 잘라 소포장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정부는 52개국과 체결한 FTA에 대응하여 고부가가치 명품 수산물을 만들어 수출하자고 역설했다. 특히 중국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상품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물가격이 제한되어 버리면 고품질 상품개발의 추진동력이 상실되고 심각한 내수침체로 연결된다. 내수가 없는 수출만의 시장은 성장하기 힘들다. 두 날개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결국은 정부의 수출장려 정책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내수시장 침체는 산업 자체의 성장을 가로 막는다. 설치한 설비투자의 효용성도 떨어진다. 유통구조개선,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 사업, 소비지 분산물류센터 건립 등 정부의 고부가가치 기반산업 투자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공직자에 대한 선물 감소는 한 부문의 영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 전체의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소비감소는 어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어업인의 소득 감소로 직결된다. 그리고 수산물 가공, 유통, 기타 수산업의 전후방 연관 산업까지 영향을 미쳐 138만 수산산업인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선물은 일방적으로 한 쪽에서만 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감사를 표하고 기쁨을 2배, 3배로 늘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미덕이다. 특히 명절에 주고받는 수산물과 농축산물은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라는 뜻을 담고 조상과 하늘에 감사드리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선물가격 제한으로 이런 미풍양속까지 없어질까 우려된다.

물론 뇌물성 먹거리 선물도 있겠지만 뇌물을 주려면 고가의 일반 명품을 줄 일이다. 먹거리를 뇌물로 쓴다면 주고도 욕먹을 짓이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이제 겨우 내수가 살아나 기지개를 펴는 중에 내수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먹거리에 대한 선물가격 제한은 적절치 않다. 가격제한이 없기를 바라며 수산물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김영란 법’의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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