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수색돕던 어업인 안타까운 희생
천안함 수색돕던 어업인 안타까운 희생
  • 이명수
  • 승인 2010.04.07 20:13
  • 호수 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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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협회장, 현장 방문 사고수습에 총력

▲ 이종구(왼쪽)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3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를 방문해 98금양호 사고 경위 등을 듣고 실종자 수색 등 조속한 사고수습을 요청했다.

실종자 수색 과정서 저인망 어선 충돌 침몰
실종 사망 어선원들에 국가차원 예우있어야

천안함 침몰사고에 따른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우리 어업인들이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해경에 따르면 해군당국의 요청으로 지난 2일 쌍끌이 저인망어선 12척(6통)이 실종자 수색을 위해 천안함 사고현장에 투입됐으나 이 가운데 ‘98금양호’(99톤, 선장 김재후)가 침몰했다.

사고 당시 승선원은 한국인 7명과 인도네시아인 2인 등 모두 9명이었다. 

‘98금양호’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서방 30마일 해상에서 수색작업을 하다가 거친 조류 등으로 인해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도중 캄보디아 화물선 TAIYO 1호(1472톤)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화물선 TAIYO 1호는 충돌직후 도주하다가 우리 해경에 붙잡혔고 현재 사고경위 등을 조사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 다음날인 3일 다른 우리 어선이 선원 김종평(56)씨와 인도네시아 선원 Cambang Nurcabyo(37)의 사체를 찾았다. 나머지 7명의 실종자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고직후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3일 ‘98금양호’ 선적지인 인천을 방문해 인천해양경찰서측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고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종구 회장은 이날 “천안함 사고이후 우리 어업인이 함미를 찾아내는 등 수습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참사가 일어나 안타깝다”면서 “수협은 실종 어업인의 조속한 생사여부 확인과 사후수습책 마련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7일에는 고 김종평씨 빈소를 방문,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했다.

수협은 이에따라 향후 수협이 사고수습과 사후 보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한 이같은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수협 자체노력과 함께 지원책 강구 등을 관계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 이종구 회장은 고 김종평씨 빈소를 방문한데 이어 인천 연안동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를 방문, 유가족들을 만나 슬픔을 달래며 위로했다.

썰렁한 빈소, 수협 임직원 조문

이번 사고는 우리 어업인이 천안함 함미를 최초로 발견해 군 당국에 신고함으로써 신뢰를 크게 얻어 사고수습에 어선과 어업인들의 참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 커다란 슬픔을 자아냈다.

특히 ‘98금양호’가 사고직후 조난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의 착오(회사측이 다른 어선의 전화번호를 해경측에 통보)로 구조가 1시간 가까이 늦어져 더 큰 피해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쌍끌이 어선 수색 동원은 무리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령도 주민들은 백령연안에 양식장이 많아 쌍끌이 어선으로 그물을 바닥을 훑으면 안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또다른 쌍끌이 어선 선주는 이번 사고에 대한 국방부의 책임회피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98금양호’ 침몰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선원 김종평씨 빈소가 마련된 인천시 연수구 송도가족사랑병원 분향소에는 상주나 문상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빈소에는 일부 정치인과 군경이 보낸 조화 몇 개가 전부였고 외아들은 미국으로 입양가 가까운 가족들도 없고 회사 직원이 상주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농림수산식품부와 수협 임직원들이 분향소에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종구 수협회장을 비롯 임광수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장과 김영태 수협중앙회 지도관리 상임이사 등 직원들은 지난 5·7일 인천 송도 가족사랑병원 분향소를 조문해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이에 앞서 김영태 이사는 인천 중구청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대책위원회에 참석, 향후 사고수습방안과 유가족 지원문제를 논의했다.

대책위에서 유가족들은 △해경의 수색상황 직접 설명 △수색범위 해저 등 대폭 확대 △사고현장 유가족 방문 △법률 자문 변호사 지원 △해경 교신내용 자료 공개 △선체 인양위한 정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해경은 사고현장 방문 등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국심 발로, 국가대우 한치 소홀함없어야

수산관계자들은 ‘98금양호’는 정부당국의 요청에 따라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위해 사고현장에 투입됐으며 생업을 포기하고 나라의 부름을 받고 수색작업에 참여한 애국심의 발로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천안함 희생자나 구조대원의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 어업인의 희생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어떤 홀대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며 이들 어업인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98금양호’사고와 관련 실종 사망 선원에 대해 의사자(義死者) 자격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자로 인정된 사람의 유족은 최대 1억9700만원의 보상금과 장제보호 등 국가적 예우를 받게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또 한번 어선사고시 안전탈출망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업현장은 유사시 탈출을 위한 구명동의 등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인명사고 더욱 큰 실정이다. 

또한 안전장비를 구비하기 위한 예산 마저 부족해 어선원들이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어선사고에 대비한 각종 구명장비 구입을 위한 정부의 예산확대와 지원이 절실하다.

한편 ‘98금양호’는 수협보험에 선체 1억4200만원, 선원 9명 8억8000만원에 각각 가입돼 있다. 

98금양호 승선원 명단

△선장 김재후(46) △기관장 박연주(50) △선원 이용상(47), 안상철(42),김종평(56) 사망, 정봉조(50), 하석희(34), Yusuf Haaefa(36, 인도네시아), Cambang Nurcabyo(37, 인도네시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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