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비즈 칼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중앙일보 비즈 칼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5.26 19:42
  • 호수 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물 수출, 장보고의 ‘무역 전략’서 배운다

오는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당대 최고 선진국 당나라를 제치고 동아시아 국제무역 패권을 장악했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부터 1200여 년이 흘러, 장보고가 당나라 현지 무역거점으로 삼았던 중국 산둥반도에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가 열렸다. 수협은 지난달 27일 중국 위해시에 위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를 설립해 한국수산물 판로 확대와 국내 수산업자들의 현지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은 수산물 생산과 수출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점하는 수산대국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연간 6462만t을 생산해 1166만t을 수출했다. 같은 해 우리는 생산량 333만t, 수출량 70만t을 기록했다. 수치로 따지면 중국시장 개척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싸움과도 같아 보인다.

그러나 기회도 분명 있다. 중국은 연간 5846만t, 최소 60조원 이상의 규모의 수산물을 소비한다. 이 가운데 수입산이 연간 550만t, 10조원 어치에 달한다. 하지만 수입산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수협은 지금의 미미한 점유율을 극복하고 대중국 수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통일신라 시대에 활약한 장보고로부터 답을 찾고 있다. 당시 장보고는 해외 현지 무역거점을 마련해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교역 상대국 수요에 적합한 물품을 찾아 공급하며 교역을 장악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당시 최고의 인기 품목이자 명품으로 여겨진 당나라 특산품 월주요를 신라에서 생산해 역수출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지인이 원하는 그대로 직접 만들어 팔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낸 것이다.

우리 수산업계도 이를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수용 수산식품을 가져다 외국인에게 판매하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협과 수산업계는 중국에 현지화된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예컨대 해삼을 활용한 커피, 김치가 이미 시판 중이고 마스크팩 등 미용상품까지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에서 90%를 소비하고 시장규모는 약 18조원에 이를 정도로 해삼 사랑이 각별한 중국인의 취향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해삼발효추출액을 원두에 코팅한 해삼커피는 100g당 88만원에 팔리고 있다. 기존 인기품목인 김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가미한 가공품을 생산해 판매를 더욱 늘리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수협은 정부가 닦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거대시장을 향한 길을 따라 무엇을 어떻게 가져다 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자원고갈과 고령화, 어촌인구 감소 등 총체적 어려움에 빠진 수산업이 회생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장보고 정신을 되살려 잘사는 어민, 돈 되는 수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은 중앙일보 기고문을 전재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