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수협운동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수협운동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03.31 23:43
  • 호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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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서광문 전 수산경제연구원장

협동조합은 여럿이 모여 공동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이다. 시장에서 거래를 개인별로 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특정한 지역 또는 생산자가 그들이 만든 협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거래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높여 회사나 공기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단체 활동으로써 사업체(수협, 어촌계)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 관리를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회사나 공기업과는 다른 조직 목적, 가치, 원칙이 있는데 이는 경제적 약자, 공동의 조직이란 특성에서 나오며 이러한 일련의 본질과 성질이 독립성을 유지하여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협동조합은 무엇보다도 조합원 개개인의 평등한 다수인의 조직으로서 민주적인 관리와 여럿이 하나 같이 행동하기 위한 조직의 구심력(협동심)이 필수이다. 회사는 사람을 고용하여 운영하나 협동조합(생산자협동조합의 경우)은 각자가 생산하여 이를 모아 거래하기 때문에 사장들이 생산한 물건을 단체 거래(협동조합을 통해)를 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굳이 만들 필요 없이 어업회사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다. 어업자를 고용하여 생산 활동하는 것이 협동조합 보다 더 효율적이라면 이미 이런 회사가 많이 생겨 수산물 생산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어업은 자연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다수의 영세한 1차 산업으로서 노동과 비용을 투입하는 대로 생산이 되는 산업이 아니며 생산하는 사람의 노력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형태의 조직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바다에 나가 어업활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어업 정보를 활용하여 조업을 할 것이다. 고정급여를 받고 성실히 조업할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수협위판장의 판매는 판매장소를 한 곳으로 정해 각자가 상장하는 거래형태로 협동조합의 공동판매형태와는 다르다. 특정 어업 종사들이 각자의 생산물을 협동조합이란 판매조직을 통해 거래하는 방법이 협동조합의 공동판매이다. 공동판매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조합원)와 판매자(조합)의 신뢰성 구축과 수산물의 유통 구조에 적합한 생산과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각자가 생산하여 판매는 공동으로 할 경우, 판매자(조합)와 위탁자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업의 한 예로 三問不可(어디서, 얼마에, 누구에게 파는지 묻지 않음) 원칙, 출하약정 삼진아웃제(생산자가 출하 출하약정을 세 번 어기면 조합원 자격 박탈) 등의 제약은 신뢰와 구심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의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 협동조합은 위에서 언급 것과 같이 특정 산업의 종사자들이 경제적 단체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으로 자본주의 발달 과정 및 경제제도와 관련성이 깊다.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경제의 폐단은 농어업부문에서 많이 생기는데 이는 농어업의 경제적 취약성 때문이다. 국가경제에서 식량산업과 영세한 농어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시장경제에서 불리한 사람들에게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들을 위한 비시장적인 제도와 단체 활동 촉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수협법은 국가가 영세한 어업인의 자주 조직을 촉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자율과 자조, 민주적 관리에서 생긴다. 그런데 수협법은 수많은 개정을 통해 수협의 자율성을 축소하고 정부의 감독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의 흐름은 수협뿐만 아니라 농축산업 분야에서도 비슷하나 수협은 특히 더 하다.

입법, 사법 및 행정 기관에서는 협동조합의 근본을 뒤흔드는 조치를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공공성을 이유로 농협과 축협을 정부관리기업체(농협중앙회 임원 특가법 적용, 2005)로 보거나 강제 합병(축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을 합헌(1999)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욱 필요한 협동조합운동에 있어 자율을 근본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조직 원리를 잊고 조직의 자율성보다 공공성을 우선 시 하다보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훼손되어 조직의 강점이 사라지고 약점만 나타나 결국 도태하고 말 것이다. 국가는 협동조합을 시장경제의 보완제도의 하나로 보고 자율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그 규모나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에 의해 생기는 것이고 차별화된 생산과 마케팅에서 생긴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을 통해 거래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이 생기고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구심력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서 서로 얽매인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자율관리어업은 협동조합의 기본이 되는 사업이므로 수협운동을 통해 실시하고 주식회사 형태의 판매조직보다는 인적 조직인 수협을 통해 하는 것이 시장의 실패로 생긴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어떻게 하면 개인(회사)이 하는 것보다 더 좋은(차별성) 상품을 생산하는데서 생기며 이는 단체 활동으로만 가능한 분야여야 한다. 이를 위해 생산과 판매 활동의 어느 부문을 어떻게 협동할 것인가는 하는 과제는 수협의 정체성 회복으로 해결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관제협동조합적인 지배구조와 외부의 감독 간섭아래서는 협동조합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그 정체성의 상실과 더불어 조합원으로부터 멀어져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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