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4.28 11:34
  • 호수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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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2011년부터 ‘수산지식나눔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동해에는 없는 물고기_민어(民魚)

원문

서해와 남해에서 나며 동해에는 없다. 생김새는 석수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4~5배이다. 등마루가 검고 배는 회색을 띤 흰색이며 짧은 지느러미가 등마루에서 꼬리에 걸쳐 있다. 어가에서 잡는 것은 매년 한여름이며, 암놈에게는 알이 가득한 알집이 있는데 2개 알집이 한곳에 달린 것이 숭어의 알과 같다. 알은 거칠고 끈적이지 않으며 소금에 절여서 파는데 서울의 귀한 집의 좋은 반찬이 된다.

부레가 심히 끈적이고 기름기가 있는데 다른 물고기의 부레와는 아주 달라 물건을 붙이면 매우 단단히 붙는다. 나라 안의 장인들이 사용하는 아교가 모두 이 물고기 부레이다. 살은 껍질과 비늘에 붙어 있는데 머리와 꼬리를 잘라내고 소금에 절여 사방으로 내다 팔면 손님 접대나 제삿날에 쓰는 반찬이 된다. 관서지방 사람들이 건어를 만든 것이 더욱 좋다. 대체로 바다고기 중에 많은 수요가 있는 것 중에서 이 물고기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

속칭 민어(民魚)라고 하는데 ‘본초’에 어떤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동의보감에는 아마도 곧 회어(鮰魚)인 것 같다고 했는데 이는 의학입문에 “회어는 남해에서 나며 부레는 아교를 만들 수 있다”라는 문장을 답습해 헤아린 것이다. 하지만 회어는 곧 위어로 일명 호어인데 창강과 회수사이에서 나는 비늘이 없는 물고기다. 곽박이 이르기를 “호어는 메기와 비슷하지만 크고 흰색이다”라고 했다. 중략….

평설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 물고기로 같은 과에 속하는 조기, 강달이, 부세 등과 모양과 서식형태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60~90cm로 대형종이다. 한지이름은 민어(鰵魚), 민어(民魚), 면어(鮸魚)이며 시문에는 면어라고 나와 있기도 하다. 민어는 우리 서남해안에서 많이 나며 지방에 따라 개우치, 홍치 또는 어스래기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어는 수심 40~120cm의 펄 바닥에서 주로 서시하며 낮에는 바다 저층에 있다가 밤이 되면 물 위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민어 무리는 가을에 제주도 근해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생활한다. 여름이 되기까지 계속 서해를 따라 북상해 인천 근해에서 산란한다.

민어 부레는 약재로서뿐 아니라 전통 접착제를 만드는 원료이기도 했다. 어명고에서는 아교라고 표현했지만 물고기 부레로 만드는 풀은 어교혹은 부레풀이라 한다. 민어 부레로 만든 것이 가장 접착성이 좋아 ‘민어풀’이라고 부른다. 민어 부레풀은 들어붙는 힘이 아교보다도 뛰어나 주로 공예품을 만들 때 나무를 덧붙이거나 자개장식인 나전의 화각을 붙이는 데 쓰인다. 민어풀은 수용성이라 화각의 무늬 밖으로 밀려나온 풀을 물로 쉽게 씻어낼 수도 있어 편리하다. 또 활의 몸체를 만들 때 여러 재료를 붙이는 데에도 쓰였으며 화학접착제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가장 많이 쓰이던 접착제였다.

중국의 고문서에서는 민어를 석수어, 즉 큰 조기로 본 경우가 많았다. 어명고에서는 중국 자료를 분석해 석수어가 민어가 아님을 논증하고 있다. 그 주요 기준이 민어의 부레와 조기의 이석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민어를 대미어, 약칭으로 미어라고 부르며, 병칭으로 민어, 면어라고 부른다. 학명이 우리 민어와 일치한다. 어명고에서 인용한 ‘습유기’는 왕가(?~B.C 2년)의 책이며 두보가 쓴 책은 ‘대업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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