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천안함 침몰, 어업현장을 가다
백령도 천안함 침몰, 어업현장을 가다
  • 이명수
  • 승인 2010.03.31 23:38
  • 호수 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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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업인 대단한 일 해냈다’

▲ 백령도 어업인들은 까나리 조업철을 앞두고 선체의 조기인양을 희망하고 있다. 인양되지 않을 때 어망을 시설할 수 없는 사태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천안함 함미를 최초 발견, 신고한 해덕호와 장세광 선장

기자가 찾은 백령도는 연신 취재기자들로 붐볐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약 250여명의 취재진이 백령도 사고현장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고 밝혔다. 백령도 선착장은 매일 매시간마다 사고 관련 브리핑이 이어졌다. 
기자는 지난달 29·30일 백령도 사고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현지 어업인들의 조업동향과 분위기를 취재했다. 또 함미(艦尾)를 최초로 발견한 어업인 장세광 선장과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두무진포구 김복남 연지어촌계장을 잇따라 만났다.

▲ 함미를 찍은 어탐기 모습
어업인에 더 빨리 요청했으면, 아쉬움도

우리 어업인이 큰일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9시 30분경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함미를 최초로 찾아내는 역할을 우리 백령도 어업인이 한 것이다.

주인공은 백령도 장촌항 남 3리 장세광(35, 해덕호 선장) 어촌계 간사다. 장세광 선장은 사고발생 이틀이 지난 후에도 해군 등 관계당국이 함미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3일째인 지난달 28일 해병대의 어선 투입 요청 직후 곧바로 수색에 나서 함미를 찾았다.

해병대는 이날 오전 함미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어선 3척을 투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요청 직후 장세광 선장은 오후 1시 30분경 해덕호를 몰고 사고 현장 수역을 천천히 선회했다.

약 3시간 지난후에 장 선장의 어군탐지기에 처음으로 뾰족한 형태의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장 선장은 네 번에 걸쳐 어군탐지기 화면에 잇따라 좌표를 찍는 등 확인절차를 반복했다. 네 번째 화면에 마침내 사각형 형태의 물체가 나타났고 함미로 직감했다. 장 선장은 디지털 전송방식을 통해 이를 해병대에 통보했고 해군이 음파탐지기와 육안조사를 통해 다음날 함미임을 최종 확인했다.

장 선장은 백령도 장촌항 해역에서 까나리 유자망 어업을 하고 있으며 이 수역에 대한 지리적 이해도와 함께 수중 초음파를 이용하는 어군탐지기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함미를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처럼 우리 어업인이 이번 사고에 커다란 역할을 한데 이어 백령도 어업인과 주민들은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군 장병등에게 떡과 음료수, 커피 등 간식을 마을별로 돌아가면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주민들은 수색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에서 간식을 제공하면서 하루빨리 실종자들을 찾아내기를 함께 기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옹진군수협 백령지점과 수협중앙회 인천어업통신국 등도 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옹진군수협은 어업인들이 군과의 협조체제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조업 차질이 없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인천어업정보통신국 역시 사고직후 지금까지 어업인들의 입출항 동향을 보다 세밀히 점검해 현지 어업인들의 안전조업을 적극 지도하고 있다.

봄철 까나리 조업차질 우려

안보와 관련된 커다란 해상사고때마다 우리 어업인들의 활약상이 돋보이지만 정작 우리 어업인들에 대한 관계당국의 시각은 통제 일색이다.

이번 사고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이 우리 어업인과 어선이었음에도 사고 다음날인 27일 하루동안 어업인들은 군당국의 조업통제에 따라 출어하지 못했다.

일부 어업인들은 “백령도 어업인들은 군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사고가 나면 협조의 관계보다 통제부터 받는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 어업인과 어선을 이용한 수색이 빨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백령도 주변어장은 북한과의 접경수역이어서 어장규모도 작고 제한도 많다. 인근 대청도와 소청도, 연평도까지 조업을 할 수 없는데다 일몰직후부터 일출전까지 야간조업은 전면 금지다.

또한 연중 월 15일을 넘어서는 조업할 수 없다. 특정어장으로서의 불가피성은 있지만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해 조업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4월 15일부터 6월말까지 이뤄지는 봄철 까나리 조업이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함수와 함미 침몰수역에 까나리 어망을 시설해 조업에 나서야 하지만 이것이 인양되지 않을 경우 조업은 사실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령도는 약 140여척의 어선이 조업에 나서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50척의 어선이 봄철 본격적인 까나리 조업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어선들은 우럭, 놀래미, 꽃게 등을 잡는 복합어선이다.    

어업인들이 또 우려하는 것은 구조나 인양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인한 2차피해다. 현지 어업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사고해역에서 유징이 발견됐으며 점차 유출량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업인들은 아직 어한기이고 다가올 성어기를 앞두고 출어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나타날 피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업현안 해소안돼 불만

백령도 어업인들은 당장의 까나리 조업차질 우려와 함께 갈수록 침해받는 어업 권리와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현안이 해소되지 않아 불만이다.

백령도 주변수역에는 점박이 물범이 서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환경단체에서 물범서식지에 대한 서식지 보호구역 지정을 국토해양부에 요구해 놓고 있다. 어업인들은 환경단체 보호구역 지정 요청이 결국 현재 백령도 어장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업인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서해 접경어장 두곳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백령도 어업인들이 조업할 수 있는 확장된 어장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백령도와 대·소청도, 연평도 수역은 A어장과 B어장, C어장으로 구분돼 있다. A어장은 백령도 어선만 조업할 수 있고 B어장과 C어장은 대·소청어선 등만 조업할 수 있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가 A어장을 제외하고 B와 C어장만 확장하는 바람에 백령도 어업인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범서식지란 이유로 환경단체의 압력을 받고 있고 어장확장 소외, 야간조업금지 등 불이익을 받고 있는 백령도 어업인들은 이번 사고로 인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원활한 조업과 어장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어업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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