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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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4.07 15:13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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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해녀가 전하는 나를 뛰어넘는 용기

바다는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다에는 사람, 바람, 생명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 속에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생명이 꽉 들어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바다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푸른 바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고, 바다 사람들을 이야기한 책을 모아 소개한다.


-저자 서명숙  
-출판사 북하우스

가슴으로 숨을 쉬는 해녀들, 
숨으로 인생을 헤쳐나가다!


해녀들은 숨을 멈춰야 산다. 물에 들어가면 가슴으로만 숨을 쉬다가 물 밖에 나와야 진짜 숨을 쉴 수 있다. 숨을 내쉬는 순간 바다는 해녀의 무덤이 되고 만다. 바다는 해녀들에게 자신의 것을 묵묵히 내어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숨은 절실한 해녀들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

삶을 위협하는 바다의 거친 물결 앞에서,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자욱한 어둠의 공포 앞에서 단단하게 여물었을 그 숨은 척박한 토양과 고립된 자연 속에서도 물질을 해내고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삶을 헤쳐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중문해수욕장에서 겪었던 숨이 멎을 뻔한 아찔함을 회상하며 해녀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 인생의 수많은 고비와 기로에서 좌절했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서 절망했을 때,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숨이 탁 막혀버릴 때 외마디 숨을 터트렸던 것은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숨이었을 것이다.

해녀들의 숨은 숨 가쁜 경쟁 사회에서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인생의 바다에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헤쳐가라”는 대자연의 냉혹함 속에서 터득한 생의 교훈을 전해준다.

모순적이면서 불가사의한 바다의 여신들

해녀들에게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매력들이 존재한다. 그녀들은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면서도 가정 안에서는 끊임없는 희생을 베풀며 잠수병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또래 여성 누구보다도 건강한 육체와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또한 자신들은 무학이거나 학교에 가보지 못했어도 자신의 몫을 망설임 없이 내어주며 지역의 학교를 세우는 데 온 힘을 보탰다.

해녀들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깊게 의지하며 끈끈한 연대의식을 놓지 않았다. 해녀에게 적용되는 바다의 규칙은 매우 엄격해서 해녀들의 실력에 따라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누어 들어가야 할 바다가 정해져 있다. 실력이 출중한 상군 해녀들은 지켜야 할 의무도 더 많아진다. 실력에서는 냉엄하리만큼 철저한 평가가 내려지지만 공동체 안에서의 의리는 또 다르게 적용된다. 나이가 들어 하군이 된 할머니 해녀들을 배려하기 위해 얕은 바다의 물건은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물질이 서툰 해녀들에게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잡은 수확물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아직 덜 자란 소라를 실수로라도 잡아 올려 판매하면 부끄러운 일로 취급받는다. 자기 자신과는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공동체 안에서는 끈끈한 자매애를 발휘하는 해녀 사회는 가장 인간적인 모델인 것이다.

책 속으로
거센 바람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거친 물결도 때가 지나면 잠잠해지는 법. 뭇 생명을 품은 바다가, 목숨을 건 물질이, 사나운 파도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교훈이었다. 해수욕장에서 장사를 할 때 그녀는 물안경을 머리 위에 얹어놓고 그 속에 돈을 넣어두곤 한다. 내게 인생의 큰 가르침을 전해준 그녀의 머리에 얹힌 물안경이 마치 여왕의 왕관처럼 느껴졌다. 금수저를 물고 세상에 태어난 공주가 아닌 자신의 몸으로 드센 물살을 가르면서 스스로 여왕이 된, 살아서 여신이 된 여자의 왕관!       - p.28

제주해녀는 긴 세월에 걸쳐 국내외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해온 ‘뮤즈’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때 귀양 온 선비나 파견 관리들부터 최근 제주를 방문한 서양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장르를 넘나들면서 해녀들의 애환에 공감하고, 아픔을 위무하고, 해녀의 강인함을 찬미했다. 작가 현기영의 소설, 조각가 이승수의 해녀상,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의 에세이 등에서 해녀들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고 재해석되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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