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트레킹] 제주도 해안길
[바다트레킹] 제주도 해안길
  • 배석환
  • 승인 2016.04.07 15:13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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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 따라 펼쳐진 투명한 제주 봄바다

▲ 하도 어촌체험마을 앞바다


건조한 제주의 공기를 적시던 비가 멈추었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 위로 물방울이 맺혀 상큼함을 더한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천혜의 비경이 펼쳐질 제주에 발을 내디딘다. 목표는 하도해수욕장부터 김녕성세기해수욕장까지 어림잡아 14km. 짧은 거리는 아니다. 그래도 설렌다. 제주만이 느끼게 해주는 아드레날린이 온 몸을 휘감는다.

▲ 일몰이 드리워지고 있는 용수포구
평탄하다. 잘 정돈된 아스팔트가 이어지는 해안길은 울퉁불퉁한 바위길이 매력인 올레길 코스와는 또 다르다. 간간이 피어있는 유채꽃군락을 제외하고는 고운 모래와 현무암, 그리고 투명한 속살을 보여주는 바다뿐이다.

어찌보면 심심한 풍경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줄지어 길을 걷고 있다. 대부분 일행이 없는 나홀로 여행족들이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제주의 바다를 택한 것이다. 그 선물은 거대한 감동을 주는 대신 잔잔한 미소를 던져준다. 그래서인지 트레킹코스 곳곳마다 푹석 주저앉아 멍하니 바다를 응시하는 이들이 많다. 높다란 파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한 없이 바라보고 있다. 오묘한 지중해 빛의 제주의 바다가 주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평대리어촌계’라고 쓰여진 해녀탈의실 건물 앞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물질 나갔다 돌아온 해녀들이 바다의 보물들을 망태기에 가득 담아 뭍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 광경은 누구에게나 이색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기저기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해녀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는 기분이 좋지 많은 않을 것이다.

새벽공기의 쌀쌀함을 실어 나르던 제주의 바람은 어느새 한낮의 무더위를 식혀 주는 고마운 바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람 많은 제주라 그런지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 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으로 잔뜩 멋을 부린 헤어스타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목적지가 코앞임을 알 수 있다. 김녕성세기해변 초입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마지막 오르막길에 힘을 내본다. 눈앞에 유난히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 세화해수욕장 해안길에 설치된 귀여운 테이블과 의자
▲ 신창풍력단지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동시에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임에 틀림없다. 타원형 모양의 화산섬이 주는 매력은 마치 하와이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지질학적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 지난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제주의 모든 것을 둘러보는 것은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둘레길이나 오름 등을 둘러보려면 최소 1주일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원하는 코스를 정할 수 있다. 여기에 한라산을 오른다면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뒤따른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간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피로도를 따져 보아야 한다. 첫날에 너무 무리한 트레킹을 하면 나머지 일정에 차질을 빚게 마련이다.

제주 해안길은 피로도를 최소화 하면서 제주도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이다. 특히, 북서쪽해안에 위치한 신창풍력단지부터 용수포구, 북동쪽해안 하도해수욕장부터 김녕성세기해수욕장까지의 해안길 트레킹 코스가 아름다운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 해변에서는 보기 드문 하얗고 고운 모래를 밟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중해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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