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水産)을 물로 보지 말라”
“수산(水産)을 물로 보지 말라”
  • 이명수
  • 승인 2016.03.31 21:00
  • 호수 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지난달 31일부터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각 정당들은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수산계가 갖는 관심도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낮다. 낮다기 보다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는 극도의 무관심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하나의 변고(變故)로 여길 정도로 비례대표를 포함해 수산인 출신 국회의원 후보가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몇몇 수산인 출신들이 공천장을 냈지만 깡그리 외면당했다. 개인의 역량 문제를 넘어서 정치권이 수산업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농업인, 의사, 약사, 교수, 변호사, 언론인, 과학자, 연구원, 기업인, 공인회계사, 변리사, 시민단체인, 환경인, 여성 운동가, 노동운동가, 사회운동가, 바둑인, 어린이집 원장, 자영업자, 회사원 등 다양한 직능과 직업군에서 국회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에 종사하거나 관련된 직능과 직업군은 전멸이다. 이 초유의 사태는 138만 수산산업인들을 비분강개(悲憤慷慨)케 하고 있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바다에서 사투(死鬪)를 벌이면서 국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어업인과 수산인들을 대변할 국회의원 후보가 전무하다는 게 끔찍한 현실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에 달한다. 여기에는 육지생물의 7배에 달하는 30여만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안선 근교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세계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50개 대도시 2/3가 연안도시이다. 세계 4대 문명 발생지가 강 유역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바다는 인류의 광대한 기업이며 세계인구가 10배로 늘어날 지라도 충분히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다”라고 설파했다. 바다는 인류의 생존과 발전,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다.

까닭에 바다에서 이뤄지는 수산업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가 없다. 국민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본원적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어업인의 삶의 터전과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 안보차원에서 해양영토 방위, 국토의 균형적 이용, 자연보존과 연안수역 관리 등 다원적 기능도 있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국가 안보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산업이 수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터전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수산인들이 정치권으로부터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권은 단 한명의 수산인도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우지 않았다. 

138만 수산산업인들은 분명 분노한 표심으로 응답할 것이다. 수산을 홀대하는 정치권을 응징하고픈 공감대도 형성됐으리라 본다.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다. ‘어업인의 날’을 개칭해 처음 열리는 수산인을 위한 축제의 날이다. 이날 정치권에서 수산을 위한 어정활동 운운하면서 한말씀씩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산계에 가져다 준 것은 실망과 좌절뿐이었다.

수산계 민생입법인 수협법조차 개정하지 못한 19대 국회의 전철(前轍)을 20대 국회가 선거 전부터 벌써 되풀이하는 듯하다. 정치권은 이제 수산인으로부터 신뢰마저 잃어버렸다.    
 
더 이상 수산업을 물로 보지 말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