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여수
[우리 바다 여행] 여수
  • 김동우
  • 승인 2016.03.10 14:33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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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시 여수, ‘빛’에 취하다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든 야경 압권
오동도, 돌산대교 등 야경 명소 한가득

▲ 돌산공원의 빛 터널을 지나가면 몽환적인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용산을 출발한 열차가 전라선 끝 여수엑스포역에서 숨을 고른다. 역을 빠져 나오자 지난 2012년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여수세계박람회장이 미려한 모습을 뽐낸다.

역 바로 앞엔 시멘트 사일로(저장시설)를 개조해 만든 스카이타워 전망대(67m)가 우뚝 솟아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여수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는 세계 최대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은 여수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다.

여수에는 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들했던 도심 구석구석에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는 등 관광여수의 면모가 하나둘 갖춰지고 있다.

중심은 이순신 광장이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광장 근처 작은 골목은 여수 별미 게장은 물론이고 장어탕 등 감칠맛으로 혀끝을 자극하는 남도의 맛집이 한 가득이다. 시선을 조금 돌리자 이순신 동상 맞은편에 자리 잡은 ‘이순신 버거’집이 눈에 띈다. 수제 햄버거 하나로 이순신 광장의 명소가 된 곳으로 주말이면 긴 줄이 이어지는 건 이제 예삿일이다.

재미있는 풍경이 된 햄버거 집을 지나면 얼마 못가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깊은 진남관(鎭南館)이 나온다. 이 건물은 전라좌수영 성의 중심건물인 진해루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그 웅장함이 압권이다. 건물 규모는 정면 15칸, 측면 5칸이며 건물면적은 무려 240평에 이른다. 국보 제304호이기도 한 이 건물은 당시 임금이 사용하던 궁을 제외하고 지방에 세워진 목조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이처럼 과거와 현대가 한 대 어우러져 역사 속에 또 다른 역사를 쌓아 올리고 있는 고장이 바로 여수다.

그런데 진짜 여수의 모습은 어둑발이 내리깔리고 빛의 향연이 시작되는 밤부터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오동도 길을 밤에 걸어 보면 화려한 빛의 유희에 그만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무엇보다 근사한 리듬에 맞춰 오색 불빛과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는 오동도 음악분수는 한밤의 정취를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 뒤 오동도 입구에 있는 야간 해상케이블카에 오르면 여수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정도로 화사하고 신선한 또 다른 여수의 모습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이 케이블카는 최근 여수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아시아에선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바다 위를 통과하도록 만들어져 특별함을 더한다. 케이블카에 오르면 마치 항공 촬영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시원하고 멋들어진 풍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여기다 케이블카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크리스탈 캐빈은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붉게 물들기 시작한 여수 감상에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야간 케이블카에 오르는 것.

여수의 화려한 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장군도, 해양공원의 아름다운 밤바다 조명은 바다와 어우러지며 또 한 번 빛의 세계로 여행자들을 초대한다.

▲ 장군도는 돌산공원과 함께 여수야경의 백미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돌산공원. 오색찬란한 빛의 축제가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며 여행자를 웃음지게 한다. 한쪽에선 돌산대교가 50여 가지 색상으로 변신하며 여수를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여기서 내려다본 야경은 빛의 도시 여수의 매력을 함축해 보여준다.

잔잔히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고, 영롱한 조명들은 살짝 취기가 오른 것처럼 눈앞을 아른 거리게 한다. 여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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