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여수 향일암 일원
[우리 바다 여행] 여수 향일암 일원
  • 김동우
  • 승인 2016.03.03 14:42
  • 호수 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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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종주길 따라 향일암까지

▲ 금오산에서는 다도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 관음전에선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장소를 볼 수 있다.
총 32km의 돌산종주코스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등산로로 여수 돌산도의 북쪽 끝 돌산대교에서 남쪽 끝 향일암(向日庵)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완주에 11시간 정도 걸리는 쉽지 않은 코스지만 중간 중간 내려서는 길이 있어 시간에 쫓기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어렵잖게 탈출할 수 있다.

높이로 따지면 해발 460m의 봉황산이 최고봉이지만 섬 산인만큼 올라서는 봉우리마다 최고의 다도해 풍경이 펼쳐진다. 이처럼 돌산도는 남쪽으로 바다를 가르며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에 쪽빛 남해 바다를 감상하기 더 없는 환경이다.

이번 여정은 종주 3코스 중간인 죽포에서 능선을 따라 들머리를 잡는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돌산 최고봉 봉황산에 닿는다. 섬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봉황산은 이웃 율림리, 서덕리, 죽포리에 걸쳐 있으며 예로부터 봉황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봉황산을 넘으면 소사나무군락이 나오는데 하얀색 나무가 아치를 만들어 내는 풍경은 신비로움을 더하며 발걸음을 잡아 세운다.

숲속 풍경을 감상하며 394봉과 274봉을 거쳐 율림재에 도착하면 잠시 가쁜 호흡을 쉴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돌산종주 마지막 4코스가 시작되고 대략 한 시간이면 금오산 정상을 거쳐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다. 금오산은 봉황산에 이웃한 돌산 최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산으로 기암괴석과 다도해 조망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 관음전에선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장소를 볼 수 있다.
다도해의 비경을 눈에 새기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향일암 이정표다.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인 향일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선덕여왕 때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암자다. 고려시대에는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개칭해 불러오다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41년(1715년)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命名)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절벽에 세워진 신비로운 향일암은 고요한 가람 분위기와 바다풍경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어우러지는 특별함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과 싸웠던 승려들의 근거지이기도 한 향일암을 먼발치서 바라보면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고 한다. 여기다 울창한 동백나무 등 아열대 식물들이 아담한 사찰를 둘러싸고 있어 1년 내내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끓이질 않는다.

향일암에선 석문(石門)을 꼭 통과해 봐야 한다. 하늘을 향해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여야만 지나 갈수 있는 석문은 자연스레 겸손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 햇살이 힘겹게 비집고 들어오는 해탈문 같은 첫 석문을 지나면 다시 돌계단이 나오고 뒤로는 금오산, 앞으로는 돌산의 푸른 바다가 하늘과 마주한다. 본격적으로 암자를 구경하다보면 거북 모양 석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자의 형태가 거북이가 경전인 향일암을 등에 짊어지고 남해바다 속 용궁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거북의 영이 서린 암자인 영구암이라고도 했다.

▲ 향일암은 거북이 형상을 닮았다고 한다.
신비스러운 또 다른 석문을 통과해 관음전으로 향한다. 이곳에 오르면 조망이 한눈에 트이고 막힌 속이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데 한쪽에는 원효대사가 명상을 했다는 마당 바위가 시선을 잡아끈다. 잠시 눈을 감고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아릿한 시름이 금오산을 지나 돌산바다로 뻗어 내려가는 바람에 실려 슬며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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