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경기도 제부도
[우리 바다 여행] 경기도 제부도
  • 김동우
  • 승인 2016.01.14 16:23
  • 호수 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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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거나, 돌아서거나


▲ 제부도 바다갈라짐 현상은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린다.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이곳은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섬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바닷물이 갈라지면 섬은 육지로 변신했다 이내 또 섬이 되고 만다. 물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돌아서든지 기다리든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섬이기도 하다.

▲ 빨간 제부도 등대는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제부도 해안길은 제부도 여행의 백미다.


이런 바다 갈라짐 현상은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으로 서남해안에서 주로 나타난다. 전남 진도 바닷길이 대표적이고 충남 보령 무창포, 경남 통영 소매물도 등이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 유명하다.

제부도란 이름은 바로 이런 자연현상에서 유래했다. 조선 중엽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갯벌 고랑을 건넌다’는 뜻의 ‘제약부경’이란 말에서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30여년 전만해도 제부도 주민들은 허벅지까지 빠지는 갯벌을 가로질러 다녔다고 한다.

▲ 제부도의 별미는 서해안에서 나는 바지락으로 굴물을 낸 칼국수다.
심술궂게 길은 닫혀 있었다. 아니 ‘심술’이란 단어로 표현하기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준엄했다. 바다는 입을 꼭 다물고 길을 내주지 않았다. 이랑이 출렁이는 바다 앞에 하나둘 자동차들이 발이 묶인 채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지구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틱한 광경을 직접 목격하려면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꼼짝없이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그러자 2.3km의 포장길이 마법처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뒤엔 길 양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이 바다의 다른 얼굴을 내민다. 닫혀 있던 바닷길이 열리자 자동차들이 섬을 향해 달린다.

섬 입구에 닿자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제부도의 상징 같은 빨간 등대가 기다린다. 왼쪽으로 가면 매바위를 볼 수 있고 식도락 여행에 필수인 식당이 즐비하다.

일단 등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말없이 어선들의 길잡이가 되는 등대는 방문객들이 꼭 찾는 장소다. 등대 앞에 서자 시원스럽게 서해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한쪽에서는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다.

등대를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목조 데크가 설치돼 있다. 길은 제법 괜찮은 조망을 선사한다. 먼발치엔 탄도항과 누에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다풍경을 감상한다.

▲ 해안길을 걷다 보면 조망이 좋은 전망데크를 수시로 만난다.
길은 해안을 끼고 돌아 식당가가 있는 곳으로 연결된다. 걷기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은 탑재산에 오르면 된다. 탑재산 길은  다시 등대로 이어지고 어렵지 않은 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걷기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탑재산에서 바라본 전경은 제부도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여행 중 시장기가 몰려오면 제부도 인근에서 잡은 싱싱한 바지락을 넣은 칼국수를 ‘후루룩’맛보거나 숯불 위에 싱싱한 조개를 올려보자! 바다 여행의 진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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