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안면도
우리 바다 여행 안면도
  • 김동우
  • 승인 2016.01.01 18:14
  • 호수 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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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사이로 잠드는 일몰의 황홀경


▲ 운여해변의 일몰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 안면암에서는 부잔교를 통해 여우섬까지 갈 수 있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자 천수만방조제의 탁 트인 시야가 시선을 잡아끈다. 날이 무뎌진 겨울 햇살은 바다에 부서지며 눈을 부시게 한다. 핸들을 안면도 방향으로 튼다. 북에서 남으로 길게 누워있는 안면도에 들어서자 섬 특유의 한가로움에 절로 속도를 늦추게 한다.

섬을 관통하는 7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안면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을 하면 빼곡히 자리 잡은 해송이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낸다. 해송숲을 지나 구불구불 시골길을 가다보면 안면도가 보석처럼 숨겨놓은 안면암을 만난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절은 호젓한 바다 풍경과 어우러지며 일상의 지친 심신을 내려놓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이 사찰이 유명한 건 밀물 때면 여우섬(조구널섬) 사이 부상탑을 오갈 수 있는 독특함 때문이다. 물이 찬 부교는 사람의 마음처럼 출렁출렁 갈피를 잡지 못한다. 흔들거리는 부교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다리의 끝까지 다가서 봤지만 안타깝게도 부상탑을 눈앞에서 감상하는 것으로 끝을 내야 했다. 부교 기둥에 쓰인 법구경 구절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 앉혀 줄 뿐이다. 아마도 물이 빠진 썰물 때면 다리는 단단한 바닥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으리라.

▲ 안면도에서는 게를 손질해 김치와 함께 끓여 내는 게국지를 맛봐야 한다.
안면암을 빠져 나와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안면도 자연 휴양림이 나온다. 이곳은 흔치 않은 적송 천연림으로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가 381ha에 가득 들어차 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소나무 군락은 궁궐을 짓고 배를 만드는 재료로 쓰였을 정도로 강도가 우수하다.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 시원스레 뻗은 소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솔향기를 맡다보면 모시조개봉, 바지락봉을 차례로 지나 통나무집에 다다른다. 미리 예약을 한다면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하룻밤 보내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다시 주차장 방향으로 삼림욕을 즐기다보면 산림 전시관이 나오고 이곳에서 다양한 목재 생산 과정, 산림의 가치 등을 배울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안면도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꽃지해수욕장’. 꽃지란 이름은 주변에 해당화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해변은 해안선의 길이가 삼봉해수욕장 다음 가는 약 5km에 달하는 광활한 크기를 자랑한다. 안면도 해변의 모래는 전부 유리 원료인 규사인데 꽃지해수욕장 역시 고운규사로 돼있다. 간만의 차가 심하나 완만한 경사 때문에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수온이 알맞아 늦은 여름까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안면도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꽃지해수욕장을 거닐다 보면 일명 할매·할배바위라 불리는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할매바위에는 출정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망부석이 된 것이란 전설이 전해진다. 이에 할매바위 옆 바위는 자연스레 할배바위로 불리게 됐다. 이 바위를 사이에 두고 붉은 태양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저녁놀 풍경은 서해안 최고의 낙조로 손꼽힌다.

▲ 꽃지해수욕장의 할매,할배바위에는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조금 특별한 일몰을 원한다면 운여해변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꽃지 해수욕장 남쪽에 위치한 운여해변은 앞바다가 넓게 트여 파도가 높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이 장대해 마치 구름과 같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노송 사이로 잠드는 일몰의 황홀한 비경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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