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며…
또 한해를 보내며…
  • 김병곤
  • 승인 2015.12.24 07:36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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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쯤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생각한다. 때를 같이해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2015년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에 책임을 묻는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선정됐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무능한 대처, 삼권분립 훼손, 국정교과서 강행에 따른 국력낭비 등이 이 같은 성어의 선정에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 각박한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라고 교수신문은 풀이했다.

이 성어의 ‘혼용’은 고사에서 흔히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혼군과 용군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태생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일찍이 이이(李珥)는 왕도정치의 이상을 문답형식으로 서술해 선조에게 올린 글에서 폭군, 혼군, 용군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폭군은 많은 욕심이 속마음을 흔들고 여러 유혹으로 백성의 힘을 빼앗아 자기만 생활하고 충언을 물리치고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자로 규정했다. 혼군은 치평을 이룩해 보려는 뜻은 있으나 간사한 자를 분별하는 총명이 없어 어진자가 아니고 재능이 있는 자가 아니어서 점점 패망하게 되는 자라 말했다. 용군은 나약하여 뜻이 확립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여 구태만 되풀이하면서 날로 쇠약해져 가는 자 라 했다.

무도는 논어의 천하무도에서 유래한 말로 의미심장한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무너져 내려 야만의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도가 없어져 구심점이 없이 우왕좌왕하며 언로가 막혀 일반 백성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못하는 형국을 표현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한 해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 사회전반에 일으키는 반향은 실로 크다. 올해의 ‘혼용무도’는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정부와 통치자에 대한 아쉬움이 얼마나 컸던 가를 짐작한다. 이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가 어지러움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다.

사회 전반적인 세태에 우리 수산계는 어찌했을까. 수산계 역시 어려움을 겪고 혼돈의 한해였다.  세계 각국과의 FTA체결은 수산의 미래를 어둡게 했고 특히 중국과의 자유무역체결은 수산계의 타격을 우려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정부와 수협은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산계는 해양수산부장관이 3월과 11월에 두 명이 교체됐다. 또 전국 조합장동시선거가 처음으로 열렸고 수협중앙회장도 8년만에 교체됐다. 김임권 제24대 수협중앙회장은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표방하고 3월 25일 취임했다. 수협중앙회장 선거는 수협사상 처음으로 순조로운 교체를 이룩하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수협 사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협법 개정은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또한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을 현대화했으나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전협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사유지처럼 행세하며 쌩떼를 부리고 있는것이다. 전국 어업인들도 참지 못해 성명서를 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으로 번져있는 개인이기주의를 보는 듯 씁쓸하다. 이밖에 수산계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수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자는 의지가 결집되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사회와 수산계가 즐겁고 신명나는 일들이 많아 ‘올해의 사자성어’가 ‘희희락락(喜喜樂樂)이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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