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우리 바다 여행]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 김동우
  • 승인 2015.12.24 07:36
  • 호수 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소래포구 일몰.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염전 구경부터 소래포구 일몰까지

▲ 염전에서는 다양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인천둘레길 6코스는 인천대공원(호수광장)에서 장수천을 거쳐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소래포구로 이어지는 10.6㎞의 길이다.

이 코스는 인천의 하천과 갯벌이 있는 포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무엇보다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만드는 천일염전을 경험할 수 있고 재래식 소금창고와 각종 염생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길은 그리 흔한 게 아니다. 또 소래포구의 풍부한 해산물과 갯냄새 물씬 풍기는 어시장 구경까지 할 수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인천둘레길 6코스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건 총 넓이 약 350만㎡의 광활한 대지 위에 자리 잡은 소래습지생태공원.

원래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자리 잡은 곳은 일본사람들이 염전을 만들면서 소금밭으로 이름을 떨치던 땅이었다. 하루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던 이곳에선 1996년까지 소금생산이 이어졌다. 당시 밀물을 타고 소금 배들이 지금의 생태공원까지 들어와 하얀 소금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 소래습지생태공원 안에 위치한 풍차는 이곳의 상징처럼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랬던 곳이 1999년 6월 폐염전을 중심으로 공원화되기 시작했다. 그때 만들어진 생태전시관은 염전창고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벌노랑이와 해당화 등 염생식물의 사진과 소금작업 광경, 소래포구의 역사 등이 전시돼 있다. 공원은 2001년 4월 생태학습장으로 확대되면서 순차적으로 공원 안내관과 생물벽화관·자연에너지체험관·인천 제21홍보관·인천환경 NGO활동상황관 등이 조성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 소래습지생태공원에는 각종 해양생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 직접 천일염 생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 광활한 갈대밭에 자리 잡은 풍차, 산책로, 쉼터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이 공원이 특별한 것은 소금이 생산되는 시기 염전학습장에선 소금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닷물을 퍼 올리는 물레방아(수차), 인부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더 없는 현장학습 장소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루 생산되는 소금의 양은 하루 400~1200㎏ 정도라고.

공원을 둘러보다 시장기가 밀려오면 염전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소래포구에 가보자. 각종해산물과 사무치게 아름다운 일몰이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 소래포구 어시장에서는 각종 제철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봄과 가을 꽃게 철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포구 어시장은 제철을 맞은 피조개, 굴 등과 함께 새우젓 등이 손님을 기다린다. 어시장 한쪽에선 노랗게 구워진 생선이 구수한 냄새를 피워 올리며 익어간다. 이렇게 식도락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서해바다 너머로 해가 기울어 간다. 소래포구에서 빼놓을 수 없게 바로 낙조감상이다.

그런데 소래포구는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장소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0년 후반 화약의 원료인 양질의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철도가 건설되면서 작은 포구는 발전을 거듭했다. 해방 후에는 실향민들이 모여들어 무동력선 한 두 척으로 새우를 잡고 젓갈을 만들었다. 실향민들은 새벽 수인선 열차에 올라 인천, 수원, 부평, 서울 등지에서 새우젓을 내다 팔았다.

그래서 그런지 소래포구의 일몰은 진한 애잔함이 배어 있는 듯하다. 가만히 소래철교에서 일몰을 바라보면, 팍팍한 삶을 이겨내며 묵묵히 바다로 나간 실향민들의 뒷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 소래습지생태공원은 1996년까지 소금배들이 드나들던 장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