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전남 영광군 법성포
[우리 바다 여행] 전남 영광군 법성포
  • 김동우
  • 승인 2015.12.17 13:10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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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즐거운 고장 ‘영광’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 어촌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쪽으로 보기만 해도 시장기가 밀려드는 굴비가 소담스럽게 해풍에 살랑된다. 어른 손바닥만 한 작은 씨알부터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큰 씨알까지 짭조름한 굴비는 가는 이들의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법성포는 예부터 굴비의 고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고장이다. 특히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른 굴비로 잘 알려져 있다.

▲ 영광에서는 굴비 이외에도 간장게장을 꼭 맛봐야 한다.
▲ 법성포 굴비는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생선으로 유명하다.

‘밥도둑’이란 별명이 붙은 영광굴비가 유명해진 이유는 산란기에 법성포에서 잡힌 굴비 맛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보통 조기는 산란을 위해 연평도까지 북상하던 중 법성포 근해인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4월 10일~30일 사이에 산란한다.  이때 잡은 조기를 영광굴비라고 통칭한다.

이 때문에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힌 참조기의 알이 크고 지방이 풍부한 것은 물론 법성포 특유의 자연환경과 기상요건(기온 10.5도, 습도 75.5%, 풍속 4.8m/sec), 서해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북서풍)의 영향으로 건조조건이 월등했다. 예부터 전해진 1년 이상 간수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방식 등도 법성포 굴비를 맛있게 하는 비결이다. 법성포에서는 이 염장법을 ‘섶간’이라 하며 타 지역의 물에 담갔다 말리는 조기를 ‘물굴비’라 부르며 독특한 염장법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특히 굴비의 본고장인 영광에서는 해풍에 말린 참조기를 통보리 속에서 몇 달간 숙성시켜 ‘보리굴비’를 만들기도 한다. 맛이 일품인 보리굴비와 함께 장대찜, 서대찜 등 영광의 풍부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상이 넘치도록 정성스레 한상 차려내는 굴비한정식은 영광 제1미로 손꼽힌다.

영광에서 굴비와 함께 꼭 맛봐야 할 것은 간장게장이다. 영광 간장게장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특유의 조리법으로 만든 천연 간장을 사용해 짜지 않고 담백하게 게살의 풍미를 그대로 살려낸다는 평이다. 이처럼 영광의 전통비법으로 만든 게장은 순식간의 밥 한공기를 ‘뚝딱’하게 만들만큼 맛이 좋다. 또 게딱지에 ‘슥슥’ 비벼먹는 밥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일찍이 영광이 이런 ‘일미’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건 양질의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광군 백수읍과 염산면에 위치한 581㏊의 염전에선 매년 4만5000톤 상당의 천일염이 생산된다. 특히 염산면(鹽山面)은 국내 유일의 소금명을 가진 생산지역으로 예부터 소금이 산처럼 쌓였다고 전해지는 마을이다.

영광 갯벌 천일염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 청정해역인 칠산바다의 바닷물, 조수 간만의 차가 커 16㎞ 이상 펼쳐진 양질의 갯벌, 따뜻한 햇볕과 4월부터 불어오는 하늬바람이 어우러져 만들어 지는 자연의 걸작이다.

무엇보다 자생하는 생물들에 의해 생성된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을 다량 함유해 미네랄이 듬뿍 들어있고, 염화나트륨 함량이 낮은 알칼리성 소금으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영광 갯벌은 늦가을에 갯벌이 갈라져 열리고 이듬에 봄에 봉합되는 ‘자연객토현상’이 주기적으로 이뤄져 미네랄 함량이 특히 높다고 한다.

▲ 영광백수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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