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군산 구불길
[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군산 구불길
  • 김동우
  • 승인 2015.12.03 12:03
  • 호수 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새 고향에서 즐기는 바다의 매력

▲ 군산역을 빠져 나오면 갈대가 살랑이는 금강이 눈 앞에 펼쳐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살랑대는 바람은 여름의 것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우리바다는 가을 제철 수산물로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옆에선 해풍 맞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고샅길 사이로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걷기 좋은 우리바다 명소를 소개한다.

▲ 구불길을 걷다보면 작은 마을을 만나고 예쁘게 꾸며진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군산 구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와 풍요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며 걷는 길로 1년 내내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모두 11개 코스가 만들어져 있으며 총 연장은 188.4km에 이른다.

비단강길(구불1길)은 금강의 주인공이다. 비단처럼 펼쳐진 금강과 인접한 채만식 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금강호관광지, 오성산, 나포십자들 등을 둘러보면서 문학과 역사,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져 우리바다 여행의 또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이 코스는 18.7km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의 시작은 군산역이다. 역 2층에 있는 내흥동유적전시관은 좀처럼 보기 힘든 초기 인류가 살았던 구석기 시대 유적을 관람할 수 있다.

군산역을 나와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비단결처럼 고운 금강이 활짝 펼쳐 있고 강변에는 국내외 시인 20여명의 시를 자연석에 새겨놓은 진포시비공원이 조성돼 있다. 좀 더 길을 가다보면 지난 2001년 개관한 채만식문학관에 닿는다. 문학관 앞으로 금강이 넘실대며 흘러가고 있어 군산이 무대가 된 장편소설 ‘탁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채만식 문학관을 지나 금강호시민공원 중앙광장에 이르면 높이 17.9m 화강암으로 만든 진포대첩비가 서있다. 진포대첩은 고려 말 군선에 화포를 장착해 최초로 함포공격을 실시한 해상전투다. 금강호시민공원 한쪽에선 어도(魚道)도 볼 수 있는데 이 길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회유성 어류들의 통로가 된다.

비단강길은 매년 11월초 군산세계철새축제가 개최되는 금강철새조망대로 연결된다. 군산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혹부리오리, 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 물떼새 등 각종 희귀 철새들이 수십만 마리씩 날아와 겨울을 지내는 고장이다. 특히 가창오리의 군무는 장관을 이루며 이를 보기 위해 국내외 많은 철새탐조객이 군산을 방문하고 있다.

▲ 성덕마을을 지나면 대나무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길을 만난다.
▲ 매년 11월 초면 군산에서는 철새축제가 개최된다.


비단강길 한 가운데 위치한 성덕마을 비보림도 볼거리 중 하나다. 본래 삼나무와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이 베어지고 현재는 소나무만남아 있다고 한다. 오성산 인근의 비보림은 마을 앞이 산줄기에 감싸여 있질 않고 열려있어 마을이 외부에 노출되는 단점을 막아주기 위한 풍수지리적 조치라고.

▲ 금강휴게실에서 공주산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에서는 가까이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성덕마을 벽화를 즐기며 임도를 따라 오성산(227m)에 오른다. 오성산은 최근 주변정비작업을 해  군산의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곳으로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는 다섯 기의 무덤이 나란히 있는데 이곳은 바로 나라를 지키다가 죽음을 당한 백제의 다섯 장군을 모신 오성인의 묘이다.
내촌마을을 통과해 금강 쪽으로 가면 탐조회랑이 있고 이곳에서 원나포 사이에 넓게 자리한 나포십자들을 따라 금강변을 만끽한다. 비단강길 막바지 코스인 이곳에서는 시베리아에서부터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4200km 이상을 날아온 겨울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나포십자들에서 바라본 금강의 노을은 이 코스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불구불 이리 휘고 저리 휘던 길은 이제 공주산으로 뻗어 나가며 어느새 노을에 붉게 물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