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과 수협이 없는 노량진수산시장
어업인과 수협이 없는 노량진수산시장
  • 김병곤
  • 승인 2015.11.12 13:55
  • 호수 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가 표류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새로 지은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주인인 어업인을 생각하는 상인들이 없고 건물 밖에는 운영자인 수협을 입증하는 알림판조차 없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 2002년 수협이 인수해 의욕적으로 5237억원을 투입했다. 현대화 사업 공사는 지난 2007년 시작해 지난 5월 완공, 내년 1월까지 판매 상인들이 입주하면 모든 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또 상인들은 현대화된 시장이 장사 공간이 협소하고 임대료가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협중앙회 앞에서 3일간 시위를 했고 지금도 시장 한켠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떼법’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옮겨간 모양이다. “법률 위에는 헌법, 헌법 위는 국민정서법, 그 위에는 떼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떼법은 법 적용을 무시하고 생떼를 쓰거나 억지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큰 손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시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까지 시위대에 끼어들어 법질서를 무시하는 떼법을 선동하거나 악용하고 있다. 이 떼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오직했으면 연초 대통령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상한 법이 많이 있고, 그중 하나가 떼법”이라며 “이 떼법은 선진국으로 나가는 데 있어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 적 있다. 이기주의와 사람들을 동원해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떼법’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한 요인임이 분명하다.

노량진수산 시장 상인 사이에는 ‘챙길 수 있을 때 챙기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은 어업인들의 자산이며 상인들은 분명하게 여기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들이다. 주인행세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상인들과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화하기 전에 수없는 협의를 거쳤다. 그런데 이제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상인들이 들어갈 수 있게 다시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세입자는 임대하고자 하는 건물이 맘에 들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상인들의 평균매출액은 2억여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어가 평균소득은 4000여만원 수준이다. 세입자가 주인보다 훨씬 윤택하다. 상인들은 주인행세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상인의 표상인 거상 임상옥은 일찍이 “재물은 물과 같아서 독점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하고, 사람은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멸을 맞는다”며 이를  실천했다. 이는 상도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과의 나눔을 말한 것이다. 어업인들은 노량진시장의 주인이자 상인들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상인들도 어업인에게 나눔을 생각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대화건물에는 운영자인 수협의 존재가 없다. 건물밖에는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간판이 걸려있다. CI도 다르다. 올림픽도로변에 위치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운영자인 ㈜수협노량진수산시장이나 수협의 이미지조차 없다. 현대는 자기 PR시대다.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주인인 어업인에 대한 생각이 없고 이를 대표하는 수협의 이름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정체성 상실이다. 이 모두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