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걷기 좋은 길] 인천 옹진군 승봉도
[우리바다 걷기 좋은 길] 인천 옹진군 승봉도
  • 김동우
  • 승인 2015.11.12 13:55
  • 호수 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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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 넘실대는 ‘섬’으로의 초대

▲ 승봉도 이일레 해수욕장은 낮은 수심과 부드러운 모래로 가족단위 여행에 알맞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살랑대는 바람은 여름의 것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우리바다는 가을 제철 수산물로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옆에선 해풍 맞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고샅길 사이로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가을에 걷기 좋은 우리바다 명소를 소개한다.

▲ 마을 한쪽 담장 너머에서 다시마가 말라가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승봉도는 한적한 시골 풍경과 탁 트인 시원한 바다 그리고 고즈넉한 사색까지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공간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느낌’, ‘마지막 승부’ 등을 비롯해 영화 ‘패밀리’, ‘묘도야화’ 등 TV드라마와 영화 배경의 단골 무대가 되기도 했다.

승봉도는 370여년 전 신씨와 황씨가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대피하면서 유인도가 됐다. 처음에는 이 둘의 성을 따 신황도라 불리다 이곳 지형이 마치 봉황새의 머리 모양과 같다 해 승봉도라 부르고 있다.

인천을 출발한 쾌속선이 대이작도를 경유해 한 시간 남짓 만에 승봉도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약 10분 거리. 길은 허리를 굽히고 펴며 부드럽게 여행자를 안내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살가운 어촌풍경이 자꾸만 걸음을 잡아 세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다시마가 해풍에 일광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헤실헤실 웃음이 난다. 동네에는 상점이 몇 개 없다. 있어도 때를 못 맞추면 문이 닫혀있기 일쑤다. 주인장을 기다려 물 등을 사고 본격적인 섬 탐방에 나선다.

크지 않은 섬 덕분에 튼튼한 두 다리만 있다면 섬 일주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걸어서 섬 한 바퀴를 도는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그만이다.

방향을 마을 정상으로 잡는다. 이곳에서 마을 반대쪽으로 넘어가면 해안을 따라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부두치까지 승봉도 남동쪽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길은 예쁘게 물든 낙엽으로 양탄자처럼 푹신하다.

▲ 승봉도 해안길을 걷다 보면 시시각각 변화는 주변 풍경에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조망을 감상하고 해변으로 나서면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촛대바위, 남대문 바위는 승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촛대바위는 동해 추암해변 촛대바위와 비슷하기도 하고 사람의 손가락 같기도 하다. 남대문 바위는 거대한 암석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어 울릉도의 공암을 연상케 한다. 바위모양이 남대문 같이 생겼다고 해 이름이 붙었다는데 멀리서 보면 코가 뭉툭한 개미핥기를 닮은 듯 하고, 코끼리 모양 같기도 하다.

바위를 지나 길을 좀 더 가면 주랑죽 쉼터가 나온다. 섬 한쪽에 잘 만들어진 삼림욕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길은 잘 만들어 진 해안산책로로 연결되고 목섬까지 이어진다. 해안선을 굽이돌아 목섬으로 연결되는 해안산책로는 승봉도 트레킹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서면 이일레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으로 그만이다. 섬 일주는 썰물 때를 이용하면 해안을 따라 가며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 해안산책로는 승봉도 여행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승봉도에서 사승봉도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마을 사람들이 승봉도 여행의 백미라고 꼽는 이 섬은 여객선으로 직접 들어갈 수 없고 어선을 이용해야 한다.

4km에 걸친 무공해 은빛백사장은 남태평양 섬을 찾아 온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일 두 번 썰물 때면 거대한 모래사장이 숨겨 왔던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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