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만리포에서 천리포까지
[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만리포에서 천리포까지
  • 김동우
  • 승인 2015.10.29 13:21
  • 호수 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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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 있는 길

▲ 천리포 수목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살랑대는 바람은 여름의 것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우리바다는 가을 제철 수산물로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옆에선 해풍 맞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고샅길 사이로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가을에 걷기 좋은 우리바다 명소를 소개한다.

8년 전 시커먼 기름띠로 국민들의 가슴을 애통하게 했던 태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태안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40여분 만에 도착한 만리포. 걱정은 기우였다. 우리바다의 재생능력은 우려를 단숨에 안도로 바꾸어 놓았다. 은빛 해변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동감 넘치는 바람이 서성이고 있다. 그 너머에선 붉은 태양이 하루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1955년 7월 1일 개장한 만리포해변은 대천, 변산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백사장의 길이가 약 3km, 폭 약 250m이상 규모로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단위 해수욕장으로 사랑받아 왔다. 특히 반야월의 만리포 사랑 노래비가 세워져 있어 명물로 자리하고 있다.

또 만리포는 옛날 명나라의 사신을 환송할 때 수중만리 무사향해를 기원하는 전별식을 했던 곳이다. 이 전별식을 가졌던 해변을 수중만리의 ‘만리’란 말을 따 ‘만리장벌’이라 하다 현재는 만리포라 부르고 있다.

이 해변은 태안국립공원의 해변길이 관통하는 곳으로 길을 따라 가면 천리포수목원을 지나 천리포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해변 풍경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천리포수목원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서해안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수목원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식물들은 물론 목련,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무궁화 등 약 1만 5000여종의 식생이 자리 잡고 있다.


▲ 만리포에서 천리포로 이어지는 태안 해변길은 볼거리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다.
▲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지친 다리를 쉬어 가기 좋다.

또 1966년 이 수목원은 설립한 故민병갈(閔丙渴, 1921년 4월 5일~2002년 4월 8일) 박사는 한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을 세운 미국계 귀화 한국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귀화 전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영어: Carl Ferris Miller)다. 민병갈 박사는 수목원을 위해 60여 개국에서 가져온 식물을 키워 천리포 수목원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선정으로 이끌기도 했다.

천리포 수목원에 입장하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빼곡히 들어찬 수목들은 가을의 운치를 더하며 걸음을 이끈다. 파란 하늘과 수목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호수 안을 채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호수 위에 윤슬이 만들어 진다. 또렷했던 수목원 반영들이 몽환적 모습으로 다시 시선을 끈다. 급할 게 없는 길이다. 천천히 수목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자, 이곳에 한 평생을 바친 故민병갈 박사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한다.

▲ 만리포 해변 끝자락에서 바라본 서해는 평화롭기만 하다.
▲ 길을 가다 보면 출렁다리를 만나고 도보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천리포 수목원을 나오면 천리포해수욕장이 지척이다. 이 해수욕장은 만리포 동쪽 3km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닭섬’은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육지에 붙어있는 작은 산을 ‘뭍닭섬’이라 하고 바다에 위치한 섬을 ‘섬닭섬’이라 부른다. 그중 ‘섬닭섬’은 썰물시 육지와 연결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옛날부터 천리포에서는 이 두 닭섬이 자연 방파제가 돼 조기, 꽃게 등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1km에 이르는 아담한 크기의 천리포해수욕장 근처엔 천리포항이 있어 여러 가지 볼거리가 신선한 자연산 먹거리를 즐기는 데  모자람이 없다.

깊어 가는 가을 우리바다에서 걷기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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