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장·차관 인사에 대한 소고(小考)
해수부 장·차관 인사에 대한 소고(小考)
  • 이명수
  • 승인 2015.10.22 10:10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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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서 우리나라 후보인 부산항만공사 임기택 사장이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임 사장을 사무총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펼쳤다. 당선 직후에는 대대적인 축하연까지 열었다.

지난달 3일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North Pacific Fisheries Commission)가 정식 출범했다. 수산업계에선 매우 중요한 북태평양 어장을 총괄 관리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출범식에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문대연 본부장이 만장일치로 초대 사무국장에 당선됐다. 우리 원양산업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국제수산기구의 수장에 오른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일부 관계자들이 고군분투(孤軍奮鬪)해 이룬 쾌거였다는 후문이다. 축하연은 없었다.

단적인 예지만 이것이 작금의 해양수산부 모습이다.

격이나 급에 이의(異議)를 달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수산이나 해운 공히 국제기구의 수장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해양수산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에 김영석 현 해수부 차관을 내정했다. 또 해수부 차관에는 윤학배 대통령비서실 해양수산비서관을 임명했다.  

내부 승진이란 점에서 해수부 조직 사기를 진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와 균형감 없는 인사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발탁된 장·차관이 사실상 모두 해운 출신이라는 데서다.

인사를 접한 적잖은 수산인들은 “이제 수산은 없다”며 탄식했다. 일각에서는 대놓고 수산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해운의 해수부 장악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수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만큼 수산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겠는냐는 의구심 마저 표출했다. 수산계 대다수가 수산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편에선 수산계가 더 이상 아웃사이더로 존재감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자는 시각도 있다. 수산계 스스로가 자신감을 갖고 역량을 모아 수산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자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해운 출신 장·차관이라고 해서 편향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없고 운영해서도 안되는 게 정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박근혜정부의 국가운영 목표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차관실은 지난 21일 수산 출신 직원을 비서진에 배치했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일단 수산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단순히 이런 인사 뿐아니라 신임 장·차관은 적어도 ‘수산업법’을 한번쯤 읽어야 한다. 수산업을 이해하고 추구해야 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수산업법 제2조는 수산업을 어업·어획물운반업 및 수산물가공업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수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등 관련 산업을 총망라한 소위 융복합산업이다.

해운업이 비즈니스 중심의 산업이라며 수산업은 정책의 수요 창출이 핵심인 산업이다.

때문에 특수하고 다양한 수산업의 가치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라면 수산의 기본법은 살펴보아야 한다.
수산계는 이번 해수부 인사를 부정적인 면을 넘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따가운 시선을 감지하고 있을 진 모르지만 신임 장·차관은 겸허한 자세로 조직과 행정을 아울러야 할 것이다.

잦은 장관 교체, 해운 출신 장·차관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진정성을 갖고 수산을 내편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수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차제에 해운 출신이었지만 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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