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속초 대포항에 채낚기 어선이 입항했다. 헌데, 부려지는 어획물은 오징어가 아니라 복어다. 흔히 밀복이라 불리는 검복. 요즘 동해안 포구엔 수온 탓인지 뜸해진 오징어 대신 검복 등 복어가 잡히면서 어업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런 복어는 예로부터 한·중·일 세 나라에서 인기가 있었던 까닭에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는 고급 어종.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중국 대문호 소동파의 복어예찬이다. 
미나리·콩나물과의 찰떡궁합, 복맑은탕
복어라는 이름은 위기를 느끼면 뱃속에 바람을 넣어 공처럼 만드는 그 독특한 생김새 덕에 얻은 이름. 우리 옛 문헌에서는 복어를 ‘전복 복(鰒)’자나 ‘돼지 돈(豚)’자로 표기하는 한편, 하돈(河豚)이라는 설명을 붙여놓고 있다. 말 그대로 물에 사는 돼지라는 뜻이다. 생김새답게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고, 대신에 강한 이빨과 가시, 그리고 치명적인 독이 복어의 생존 무기다.
특히 놋젓가락을 물어서 끊을 정도로 무는 힘이 강하다고 하는데, 동해안 채낚기 어업인들이 켜놓은 집어등에는 속수무책, 불빛에 홀려 왔다가 외줄낚시에 걸려드는 것이다. 위판을 끝낸 복어는 서울 등 대도시와 항구 주변 복요리전문점으로 순식간에 팔려나가 다양한 전래 요리법으로 손질되어 손님상에 오른다.
당연히 우리 조상들도 복어를 즐겨왔음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나 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옛 조리서를 통해 다양한 조리법을 남기고 있다. 오늘날에도 복어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복어 요리에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까닭은 독성 때문이다.
대표적 술국은 복맑은탕과 복국. 복어는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해서 아무리 술을 많이 먹었더라도 다음날 복국 한그릇이면 술독이 확 풀리기 때문이다. 이 때의 복맑은탕에는 반드시 미나리와 콩나물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셋의 배합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 미나리는 비타민과 칼슘, 칼륨, 철분이 풍부하고 독특한 향이 있는데다 피를 맑게 하는 해독작용까지 하고, 콩나물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은 술을 마신 뒤 간에 생성되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 제거하는 효능이 있음이다.
복맑은탕이나 복매운탕 끓이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복매운탕은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추가해서 매운 맛을 낸다는 점이 다를 뿐이나 술꾼들은 복어의 참 맛을 즐기려면 우리식 복맑은탕이 제격이라고 추천한다.
같은 탕이라도 일본식 ‘복지리’는 가다랑어 육수를 써서 달짝지근한데 반해 복어 머리를 넣고 푹 고아낸 국물에 콩나물과 미나리 등을 듬뿍 넣고 끓인 우리식 복맑은탕은 시원해서 좋다는 것이다.
맛만 좋은 게 아니다. 앞글에서 밝혔듯이 복어는 간장 해독작용이나 숙취제거 알코올 중독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단백질과 비타민 B1, B2등이 풍부하며 유지방이 전혀 없어 고혈압과 당뇨병·신경통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을 발휘한다.
술꾼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복맑은탕은 인기를 끄는데, 혈액을 맑게 하여 피부를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