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선물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
수산물 선물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
  • 김병곤
  • 승인 2015.07.30 09:25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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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서는 종(鐘)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고 잘 생긴 소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농부가 제사에 바칠 소의 뿔이 조금 삐뚤어져 있다고 생각해 균형을 잡으려고 팽팽하게 뿔을 교정하다 뿔이 뿌리째 뽑혀 소가 죽었다. 그래서 ‘소의 뿔이 보기 싫다고 이를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말이 생겼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성어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가 그 수단이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과 의미가 상통한다.

지금 우리 수산계는 이런 우려가 팽배하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적용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김영란 법이 우리 수산계의 경기침체를 부추길 수 있는 소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2012년에 제안돼 여러 논란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3월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영란 법 핵심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된다. 부정부패를 방지해 깨끗한 국가와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에 동감한다. 하지만 ‘선물’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부정한 금품의 구체적인 선을 정하는 기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물을 5만원 이하로 규정할 경우 수산물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굴비, 갈치, 전복 등 대부분의 수산물 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으로 금품수수 금지대상에 포함된다. 수협의 수산물 세트 196품목 중 5만원 이상 상품은 55%(109 품목)를 점유하고 있다. 더구나 수산업은 FTA 확대 등 잇단 개방화에 따라 수입산이 이미 국내 시장과 소비자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물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지 않은 채 해당 법률을 시행한다면 국내 수산산업은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수산산업총엽합회가 처벌 대상 금품에서 수산물은 제외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 했다. 건의문에서 “138만 수산산업인의 생존과 수산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수산물을 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수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수산물 총 소비액은 연간 6조 7000억 원 수준(2013년 기준)이다. 수협중앙회 판매를 추산하면 추석·설 등 양대 명절에 수산물을 선물하는 미풍양속 덕분에 약 1조 5000억원 가량의 수산물이 팔리는 셈이다.

특히 명절 때 대표 선물 품목인 굴비의 경우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굴비의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4400억원이지만 실제 시장 규모는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협에서 명절기간 중 판매되는 비중은 39%에 이른다. 문제는 현재 굴비는 원료인 참조기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5만원 미만의 선물용 굴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어업인들은 최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복이나 갈치, 옥돔 등 모든 수산물 선물 세트도 위축될 게 뻔하다.

따라서 수산물은 반드시 예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오히려 FTA 피해 보전과 건전한 소비촉진을 통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수산물 선물을 장려해야 한다. 김영란 법에서 수산물을 제외하고 일정 금액 이하의 수산물 선물을 장려하는 특례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잘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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