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이야기] 홍어 & 준치
[수산물 이야기] 홍어 & 준치
  • 수협중앙회
  • 승인 2015.06.25 16:22
  • 호수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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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수협을 비롯한 해양수산 관련 단체는 ‘어식백세(魚食百歲)’ 국민건강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수산물을 먹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취지로 수산물 소비회복과 함께 장기적인 캠페인을 통해 수산물 소비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본지에서는 이에 발맞춰 ‘제철수산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 수산물의 맛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홍어 도전정신을 부르는 미식의 관문 홍어

칼슘, 콜라겐 등 풍부
발효시 공기, 물 접촉 최소화

김영재 시인의 ‘홍어’란 시엔 ‘삭은’, ‘독한냄새’, ‘푹 썩어 있을’ 등 홍어의 특징이 묘사돼 있다. ‘삭은’은 발효됐다는 뜻으로 보통 호남에선 삭힌 홍어, 영남에선 삭히지 않은 홍어를 즐겨 먹는다.

홍어의 명산지인 흑산도는 목포에서 90km쯤 떨어진 섬이다. 과거엔 기상이 나빠 뱃길이 막히거나 수송 기간이 길어지면 흑산도에서 잡은 생선을 죄다 버려야 했다. 폐기하지 않은 유일한 생선이 홍어였다. 그 비밀은 발효에 있다. 홍어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대개 겨울엔 1주일, 봄·가을엔 2~4일간 삭힌다.

요즘엔 홍어를 냉장고에 넣어 삭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물기가 닿지 않게 하며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3대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삭힐 때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나올수록 신선한 홍어를 사용했다는 증거다.

홍어의 ‘독특한 냄새’는 암모니아 때문이다. 발효 중 요소가 암모니아로 바뀌면서 자극적인 냄새가 생긴다. 생선 단백질이 부패되면 암모니아가 만들어 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홍어는 요소에서 암모니아가 생성되기 때문에 삭힐수록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

홍어는 가오리과 생선으로 생김새는 물론 섭취 법, 맛이 일반 생선과 확실히 구분된다. 국내산은 서, 남해에서 잡힌다. 1.5m까지 자라고 무게는 10kg 안팎이며 배는 희고 등은 갈색이다. 몸에 옅은 반점이 많으며 중심 부근에 검은색 눈 모양의 반점이 난 것이 특징이다.

영양적으로 저열량, 저지방, 고단백, 고칼슘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은 87kcal, 단백질은 19.6g, 지방은 0.5g이다. 대부분의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다. 또 멸치, 가오리와 함께 칼슘이 가장 풍부한생선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 간, 눈 건강을 돕는 타우린, 관절 건강에 유익한 콘드로이틴,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콘드로이틴 성분은 코와 생식기에 특히 많다.


준치 용왕에게 가시 받은 맛좋은 생선

육질 단단해 잘 썩지 않아
가시 많지만 맛은 ‘으뜸’

‘썩어도 준치’라 했다. 준치를 평생 한 번도 못 본 사람도 이 말은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낡고 헐어도 가치 있는 것을 가리킨다. 실제로 준치는 잡은 지 꽤 시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다. 준치는 육지에서 가깝지만 상당히 수심이 깊은 바닷속(30~150m)에 산다. 준치의 몸에 높은 수압이 가해져 살이 단단해진다.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죽은 뒤에도 부패세균 등 세균이 쉽게 준치의 몸에 침투하지 못한다. 잘 썩지 않는 것은 이래서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썩어도 준치’보다 ‘썩지 않으니까 준치’가 맞다. 잡은 지 오래됐다면 날로 먹어선 안 되지만 물로 잘 씻어 불에 구워 먹는 것은 가능하다.

‘맛좋은 준치는 가시가 많다’고 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뜻이다. 기막힌 맛이‘호’, 무수한 가시가 ‘마’인 셈이다.

준치는 제철인 봄부터 초여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이듬해 다시 나타난다. ‘시어’라고 불린 것은 물러갈 때를 아는 생선이란 뜻에서다.

민담에 따르면 원래 준치엔 가시가 없었다고 한다. 가시가 없고 맛이 뛰어나 씨가 마를 정도가 되자 이를 불쌍히 여긴 용왕이 바다에 사는 생선들에게 가시를 하나씩 빼내 준치 몸에 꽂아 주라고 명령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미 충분한데도 물고기들은 가시 나눠주기를 멈추지 않았다. 달아나는 준치의 꼬리를 따라가면서까지 가시를 계속 꽂았다. 결국 준치는 꼬리 부위까지 가시가 박힌 가시생선이 됐다.

시인 백석은 ‘준치 가시’란 시에서 “준치를 먹을 때엔 나물지 말자, 가시가 많다고 나물지 말자, 크고 작은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인 준치 가시를 나물지 말자”고 읊었다.

먹기 고약하기로 치면 생선 중 준치만 한 것도 드물다. 맛있다고 먹다 보면 가시가 목에 덜컥 걸린다. 조선시대엔 권력, 재력, 명예에 집착하는 친지에게 경계의 의미로 준치를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지나치게 탐하면 불행이 닥친다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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