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어리한 맛, 간월도어리굴젓
어리어리한 맛, 간월도어리굴젓
  • 김상수
  • 승인 2010.03.02 20:56
  • 호수 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단백 발효식품, 비타민C와 미네랄 풍부한 강장음식

▲ 따뜻한 밥에 올린 간월도 어리굴젓
굴에도 다양한 종류, 다양한 이름이 있으나 생산지 명을 앞에 단 굴은 흔치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게 ‘간월도 어리굴’이 아닐는지. 서해안의 굴은 대체적으로 크고 작은 갯바위에 잘 붙어 자란다. 이른바 석화(石花)다. 간월도 어리굴 역시 처음엔 바위에 붙어산다 했다. 헌데, 웬만큼 컸다 싶으면 갯바위 대신 뻘을 자신이 살 곳으로 택해 사니 어업인들에게 ‘토굴’이라는 이름까지 얻는다.

서해안 갯마을에서 난 굴이라도 같은 게 아니다. 조새 끝에 달랑달랑 걸린 굴을 눈여겨본다. 잔주름이라기보다는 날개 같고 미세한 털까지 달려있다. 다른 곳의 굴과 달리 이 간월도 굴은 유난히 날개(혹은 잔주름, 잔털이라고도 한다)가 많은 게 특징이요, 이 여러 겹의 날개가 간월도 어리굴젓을 소문나게 한 주인공이라는 설명. 간월도 아낙네들 사이에 전해오는 특유의 양념이 이런 날개마다 잘 배어들기 때문이라던가.

대개의 명산품들이 그렇듯 수라 상에 올리는 진상품이었다는 설명도 간월도 어리굴젓에 빼놓지 않고 붙어 다녔고, 지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런 간월도 어리굴젓을 만들기까지 과정은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채취는 11월 하순이 넘어서면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데, 시집살이보다 맵고 고추보다 한 수  위인 게 한겨울 굴 캐기다.

▲ 갓 캐낸 간월도 어리굴
“뭇(못)살것네 뭇살것네 나는 뭇살것네 / 손 시리고 발시려서 나는 뭇살것네 / 우리 엄니 열달 만에 날 낳으셔서 / 어디에서 못질(길)러서 간월도서 질렀느냐…” 겨울 갯벌은 한데다. 동지섣달에 춥지 않은 갯벌이 어디 있을까만, 간월도 갯벌은 유난히 춥다는 게 이 마을 아낙네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요, 덧붙여 들려준 구전노래다.

캐낸 굴은 천일염 간을 해서 백젓으로 만드는 게 먼저 하는 일이다. 맛의 열쇠는 몇 년 묵힌 천일염. 요즘 사람들이 짠 음
▲ 간월도 아낙네의 어리굴채취
식을 싫어하니 저염도로 맞춰준다. 숙성온도는 20도 안팎. 이렇게 보름은 절여둬야 젓국 누렇게 변한 백젓이 된다. 여기에 유기농 태양초로 곱게 갈아만든 고춧가루를 넉넉히 뿌려 매운맛이 고루 배어들게 버무리면 끝, ‘밥도둑’ 간월도 어리굴젓이 되는 것이다.

간월도 어리굴젓이 맛만 좋은 음식이라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도 않았을 터. 식품영양학자들에 의해 간월도 어리굴젓이 고단백 발효식품, 비타민C와 미네랄 풍부한 강장음식이란 평가를 받은 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한편, 이런 간월도 어리굴젓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2011년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선정되어, 총 30억 원을 지원 받으면서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 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 서산수협 간월도어촌계에서 판매하는 어리굴젓
당장 내년부터 간월도 어리굴젓은 조직화를 통한 고품질 원료 굴 확보, 고품격 상품과 브랜드 개발, 가공·유통 계열화, 홍보관 건립, 체험시설 확충 등 산업화를 위해 3년간 30억 원의 자금을 포괄보조 방식으로 지원 받게 된다는 것. 게다가 간월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어리굴젓의 메카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빨간 어리굴젓 한 젓가락을 얹는다.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비릿하면서도 매콤하고, 어리어리한데다 짭짜름하면서도 시큼한 그 맛. 바로 간월도 갯벌의 맛이자 아낙들의 손맛이다.



▲ 서산수협 간월도어촌계 직영 어리굴젓가공공장
-------------------------------
구입안내 : 서산수협 간월도어촌계
http://www.salegool.co.kr
전화 041-662-4622
김상수 docusea@suhyu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