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점 어업인들이 조개 부르던 날
옷점 어업인들이 조개 부르던 날
  • 김상수
  • 승인 2010.03.02 20:47
  • 호수 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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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고남면 조개부리마을

▲ 풍물을 치며 마을 안길을 도는 조개부리 어업인들
▲ 조개부리마을의 상징 질마섬
충남 태안군 안면도 끄트머리에 들어선 고남면 옷점마을.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옛 시절, 서해안에서 중국을 향해 돌출한 만큼 중국과의 뱃길이 가까웠던 이 마을에는 중국상인들에게 의복을 파는 점포가 많음에 의점리(衣店里)란 이름이 붙었었고, 뒷날 순 우리말인 옷점마을로 바뀌게 된다. 요즘에는 조개부리마을로도 불리는데, 마을 앞 바다의 차진 갯벌에 질 좋은 바지락과 굴이 지천으로 생산되는 덕이다.

관광객과 함께하는 조개부르기

▲ 조개풍어 소원을 담은 띠배
갯벌에 넘치는 갯것들로 하여 좋아라 하는 사람들은 마을 어업인들 뿐만이 아니다. 소문을 듣고 연중 찾아오는 주말 체험관광객들까지 덩달아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 갯벌에서 잡아내는 바지락은 속살이 실하고 맛까지 좋기로 대도시 어물전에서 알아주는 까닭이다. 대보름을 하루 앞둔 날. 여전히 바닷바람 매서운 한겨울이니 체험관광객이 몰려올 때가 아닌데도 마을 안 길에 관광버스가 들어섰고, 때를 맞춘 듯 마을사람들로 구성된 풍물패가 흥겨운 사물소리를 울린다.

▲ 채취해 놓은 갯굴
조개부르기제가 시작된 것이다. 조개부르기란, 마을갯벌에서 굴과 바지락 등 갯것들이 많이 생산되기를 기원하는 이 마을의 특유의 풍어제. 해마다 대보름 전날에 열리는데 어업인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참행사다. 서울서 내려온 60여 명의 관광객들은 이 마을 갯벌의 단골 체험객. 평소 찾아주는 게 고마워서 마을 어업인들이 초청한 것이라 했다.

“경치 좋기로 소문난 안면도에서도 이 조개부리마을은 옛 모습
▲ 관광객들의 어선승선 체험 모습
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향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갯벌체험과 함께 농촌체험도 할 수 있고, 특히 마을 앞 바다 풍경이 좋아 이웃들과 함께 자주 찾아옵니다.” 서초동에서 왔다는 ‘조개부르기 체험객’의 마을 칭찬. 전형적인 半農半漁 마을로 ‘농촌체험마을’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갯벌생태계 관찰과 더불어 바지락과 굴 캐기, 함초채취를 비롯해 어선을 타고 나가 인근의 무인도 탐방이 특히 인기란다. 

아이들은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소원을 적은 연 만들기 체험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른들은 동네 어업인들에게 풍물치는 것을 배우느라 웃음꽃이 만발한다. 이윽고 오후 2시, 바닷가로 간 체험객들은 마을에서 넉넉하게 준비한 굴구이 삼매경에 빠지고, 바다에서는 어선 승선체험이 펼쳐진다.
▲ 조개부르기젯상에 올랐던 음식도 관광객 차지다

진태구 태안군수와 노용현 안면수협 조합장이 참석한 가운데 어업인들의 유교식 제의가 시작되고, 달집에 불이 붙여지면서 조개부르기제는 절정을 맞는데, 축문에서 읽혀지는 마을 어업인들의 소망은 한결 같다. 다시는 유류 오염사고 같은 재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윽고 아낙네들의 비손 속에 ‘조개야~ 조개야~ 어서 오너라!’란 축문을 단 띠배가 띄워진다. 어린 조개가 조류를 타고 이 마을 갯벌로 들어와 살도록 해달라는 뜻에서 마련한 모형 배다. 한편, 1924년 대보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마을의 조개부르기제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맥이 끊겼다가, 지난 1997년 마을 원로 어업인들과 태안문화원에 의해 부활되어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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