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관광주간(5.1~14) 어촌현장 [제주 추자도]
2015관광주간(5.1~14) 어촌현장 [제주 추자도]
  • 김동우
  • 승인 2015.04.30 12:31
  • 호수 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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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안에 또 다른 제주 걷기



만석인 배가 넘실대는 코발트빛 바다 위에서 잔 숨을 쉬며 출발을 준비한다. 승객들이 배에 오르자, 배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춤추는 파도를 가른다. 또렷했던 한라산이 먼발치 바람에 지워질 듯 희미한 실루엣으로 아렴풋하다. 배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45km를 달려 승객들을 부둣가에 쏟아 낸다. 도착한 곳은 제주 안에 또 다른 제주 추자도. 이 섬은 땅끝마을과 제주도 중간에 있으며 추포도, 횡간도 등 4개 유인도와 38개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고려시대에는 후풍도라 불리다,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숲이 무성해 추자도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제333호 사수도 흑비둘기, 슴새번식지 등으로 유명하며 특히 감성돔, 황돔, 돌돔 등이 많이 잡히는 청정해역으로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섬이다.

따사로운 봄빛이 사람들 머리 위에서 황금 비늘을 털어낸다. 쨍한 햇살은 섬 전체를 화사한 색으로 물들인다. 두리번거리는 시선이 머무르는 곳마다 목가적 어촌은 여러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짭조름한 해풍이 시장기를 불러일으킨다. 허름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참조기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추자도에서 굴비정식은 꼭 먹어봐야할 음식. 노릇하게 잘 익은 굴비 2마리가 상위에 오른다. 뽀얀 굴비의 속살을 탐하는 걸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찾아 나선 곳은 올레길 18-1코스.


▲ 추자도 올레길은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있다.
▲ 돈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추자도


상·하추자도를 완주하는 17.7km에 이르는 이 코스(추자항~최영 장군 사당~봉글레산 정상~등대전망대~추자교~묵리고갯마루~묵리마을~신양항~신대산전망대~예초리포구~돈대산정상~추자교~추자항)는 올레길 중 가장 다이내믹하다. 완주에는 보통 걸음으로 6~7시간은 잡아야 한다.

올레길 중 난이도가 조금 있는 18-1코스는 추자도의 내외부를 관통하며 마을, 바다, 산, 들판 등으로 탐방객을 이끈다.

▲ 하추자도 입구에 있는 조기모형
시작은 최영 장군 사당.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자 조망이 열린다. 전경에는 추포도·검은가리· 염섬·수령섬·횡간도가, 원경에는 보길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추자도 사람들은 예부터 어구어법 등을 전수해준 최영 장군의 은덕을 기려왔다.

추자도의 고샅길은 휘고, 오르며 순효각과 봉글레산을 지나 등대전망대로 이어진다. 그제야 하추자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가쁜 숨을 삼키고 추자도의 따스한 바람을 맞는다. 길은 다시 추자교를 지나 묵리고갯마루를 너머 묵리마을로 연결된다. 해녀들이 금방 물질을 마쳤는지, 마당 한쪽에서 잠수복을 손보고 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어촌풍경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조차도 좋은 피사체로 다가온다. 자연스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한쪽에서는 한가로이 개들이 낮잠을 즐긴다. 쉼 없이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다.

▲ 추자도에선 굴비정식을 꼭 맛봐야 한다.
발걸음은 급할 게 없다. 천천히 올레길 표식을 찾아 다시 길을 따라 나선다. 신양항~신대산전망대~예초리포구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하추자도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호랑이 바위 등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봄꽃이 흐드러지는 오솔길 그리고 푸른 바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걷기여행의 참 매력 속에 녹아드는 길은 어느새 돈대산 정상으로 여행자를 이끈다.

“아~”

추자도 위에 낙조가 서서히 내려앉는다. 바람이 고요 속을 거닌다. 숨을 멎게 하는 드라마틱한 풍경에 넋을 놓는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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