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의 시대가 열리다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의 시대가 열리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5.04.23 15:19
  • 호수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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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항에서 수산물 냉동 및 냉장시설, 어업용 얼음공급시설, 산지가공시설 등을 갖춘 ‘한림수협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가 전국 최초로 준공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오는 28일에는 강원도 속초시 청초동 인근 항만부지에 ‘속초시수협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건립사업은 2012년 2월 정부에서 FPC 기본계획 및 사업시행지침이 수립되면서 시작됐고 한림수협과 속초시수협이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약 2년6개월의 공사 끝에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물 산지시장은 해방 이후 70여년간 기본 골격과 기능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산지시장은 양륙과 위판을 통해 어획된 수산물을 신속하게 소비지로 분산시키는 기능에만 집중했다.  FPC는 지역별·품목별로 물량을 집적하고 세척, 선별, 절단, 포장 등의 전처리 및 가공 과정을 통해 상품화 한 이후에 이를 소비지와 대형 소비처 등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FPC의 준공은 산지시장의 기능이 기존의 위판기능에서 벗어나 가공, 물류, 마케팅 기능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어촌과 어업인들에게 부가가치가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물리적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림수협 FPC는 총 사업비 140억원을 투자해 지상 4층 건물에 제빙·저빙시설, 냉동·냉장시설, 산지가공시설 등을 갖추었고 동 시설의 가동을 위해 수산물 가공인력과 어류 선별·분류 인력으로 60여명을 신규 채용해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림수협은 FPC 준공을 계기로 저온위판 시스템을 기반으로 위판수산물의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수산물의 가공과 상품화 및 마케팅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돼회원조합 경제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FPC의 운영과 관련하여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로 FPC 기능의 출발점이 수산물의 집적이며, 집적의 전제조건은 안정적인 물량의 확보이기 때문에 FPC에서 처리하여야 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FPC라는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수산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주변 위판장과의 원활한 연계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며 인근에서 조업하고 있는 연근해 어선 및 양식업자들과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노력 등 지금과는 달리 적극적인 수산물 수집 노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FPC에서 전처리 또는 가공과정을 거친 수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FPC를 거친 반가공 또는 가공 수산물은 기존의 중도매인을 통하여 소비지에 분산시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FPC의 운영 주체인 회원조합이 학교급식 및 기업급식 등 단체급식 사업장, 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해야 한다.

FPC의 건립은 우리나라 수산물 유통과정과 수산물 산지시장의 기본 구조와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 수산업 역사에 이와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선구자는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후배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선구자가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가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면 그의 수고와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한림수협과 속초시 수협의 두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며, 우리가 이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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