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오천항] 주먹만 한 키조개 관자 찾아 떠난 ‘식도락 여행’
[보령 오천항] 주먹만 한 키조개 관자 찾아 떠난 ‘식도락 여행’
  • 김동우
  • 승인 2015.02.12 14:50
  • 호수 2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 령 오천항

바다 내음 뒤로 산들바람에 파도가 찰랑되는 보령 오천항.
제철을 만난 간재미(갱개미)가 미식가들의 혀끝을 자극한다. 서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간재미를 먹기 좋게 썰고 여기다 갖은 야채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내는 간재미 회무침은 겨울 최고의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간재미는 생김새가 가오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맛도 홍어에 견줄만한 것이 특징이다. 보령 지역에선 간재미를 보령 8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여기다 오천항은 간재미뿐만 아니라 키조개 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전남 득량만·여자만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키조개 산지로 꼽힌다. 오천항 지역에서 생산되는 키조개는 전국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한다고.

또 대전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덕분에 드라이브나 식도락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사시사철 끊이질 않는 곳이다. 특히 1일과 6일에 서는 오천장을 찾으면 해산물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천항 구석구석에는 키조개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지천이다. 적당히 값을 저울질 하고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매콤한 키조개 관자 구이를 주문하자, 식당 주인은 “방금 주꾸미를 잡아 왔다”면서 듬성듬성 주꾸미를 썰어 같이 넣어 준다. 불이 오르고 관자가 먹기 좋게 익자, 미각을 감동시키는 부드러운 식감에 탄성이 나온다.
성인 손바닥만 한 키조개는 일본인들이 좋아해 처음에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다. 껍데기 안에는 아이 주먹만 한 관자가 들어있는데 키조개에서 가장 맛이 뛰어난 부위다.

달고 쫄깃쫄깃한 데다 맛이 깊은 관자는 회덮밥, 샤브샤브, 죽, 탕, 구이 요리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키조개는 단백질이 풍부해 바다의 쇠고기로 불렸으며, 타우린이 풍부해 간의 해독을 돕는다. 이 때문에 애주가들의 안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아연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아연 함량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서해안 주민들은 키조개를 ‘서해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든든하게 키조개로 배를 채우고 오천항 구경에 나서 본다. 천수만 안 깊은 곳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오천항은 피항시설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파도를 타고 출렁이는 어선들의 나른함이 단박에 설명되는 곳이다.

특히 오천항에는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이 남아 있어 지역 특산물로 배를 채우고 역사탐방에 나서기에도 그만이다.

충청수영성은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돌로 쌓아올린 석성으로 조선 중종 4년(1509) 수군절도사 이장생이 축성한 것이다. 충청수영성이 오천항에 있었던 이유는 바다와 섬의 동정을 살필 수 있는 요충지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오천항은 백제 때부터 중국과 교역하던 항구로서 ‘회이포’(回伊浦)라 불렸는데, 고려시대에는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많은 군선을 두기도 했다. 세조 12년(1466년)에 처음으로 수영(水營)이 설치돼 충청수군의 최고사령부로 역할을 해왔다.

또 오천항 입구에 있는 ‘팔색보령 수필 전망대’도 꼭 들려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이 전망대는 보령시의 정서와 감성을 담아낸 보령 출신 문인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모티브로 만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오천항 주변은 물론 천수만 일대, 갈매못성지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