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덕적도] 겨울바람 너머 숨 막히는 섬들의 향연 앞에 서다
[인천 덕적도] 겨울바람 너머 숨 막히는 섬들의 향연 앞에 서다
  • 김동우
  • 승인 2015.02.05 15:29
  • 호수 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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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포리 해변의 해송숲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쾌속선이 몸을 낮추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속도를 올린다. 인천을 빠져 나온 배는 이랑 위에서 남서쪽으로 75km 떨어진 덕적도를 향해 뱃머리를 서서히 돌렸다.

배는 한 시간 남짓 걸려 덕적도에 닿는다. 터전을 찾아, 여행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잔 숨을 쉬는 배를 빠져 나온다. 그리고 먼발치서 다시 터전을 찾아, 일상을 찾아 나선 사람들과 어깨를 스친다. 아마도 이 순간이 섬 여행의 가장 극적인 장면일 게다. 만남과 헤어짐이 같은 공간을 맴돌다 다시 호젓한 바다역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가만히 섬사람들의 여운을 느끼며 여행을 시작해 본다.


▲ 서포리에서 시작한 비조봉 산행은 대나무 숲에서 시작된다.
바다역 앞엔 여의도 면적의 6배나 된다는 섬을 가로지르는 버스 2대가 승객들을 기다린다. 1000원짜리 한 장을 내고 서포리행 버스에 올랐다. 요금 박스는 꾸깃꾸깃한 지폐로 금세 배를 불렸다. ‘틱’하는 기계음이 지폐를 대신하는 도시 풍경이 참으로 빠르게 변해버린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버스는 구불구불 한 섬의 허리를 따라 내리막과 오르막을 내달린다. 그러다 숲길에 들어섰다 다시 ‘한국의 마이애미’로 불리는 서포리해변에 도착한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한 30만평 규모의 큰 백사장과 100년이 넘는 울창한 해송 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변으로 1977년 3월 31일 국민관광지로 처음 지정돼 보전되고 있다. 특히 서포리 소나무숲은 지난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전통마을 숲 부문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한 곳이다.

역시나 첫눈에 100년이 넘는 해송 숲이 눈길을 잡아끈다. “야~아!”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모진 해풍을 100년 이상 견딘 소나무들의 꿈틀거림이 역동적인 선을 만들어 놓는다. 꺾이고 뒤틀린 해송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채 지면을 움켜쥐고 있는 장면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힘을 느끼게 해준다. 잘 조성된 길을 걷다 보면 ‘연리지’를 만나고 여기서 또 한 번 자연의 신비에 탄복하게 된다.

숲을 나와 먼발치 보이는 ‘비조봉(292m)’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처음 여행자를 반겨주는 건 대나무 숲이다. 해송이 부러지지 않는 ‘절개’를 상징한다면, 대나무는 연하게 휘어지며 ‘순응’의 묘를 보여준다. 숲은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걸음이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오른다. ‘서걱서걱’ 지난해 떨어진 낙엽을 밟고 오르는 길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30분 정도 올랐을까. 어렵지 않게 능선을 올라탄다. 하늘은 파란 얼굴을 내민다. 멀지 않은 곳이 비조봉이다. 걸음을 재촉해 비조봉 정자에 오른다.

▲ 해변에 서 있는 어선 한척이 겨울 어촌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든다.
덕적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이가 머리와 네 발을 내밀고 남동쪽을 향해 엎드려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비조봉은 거북이 형상 중 머리 쪽에 해당하는 곳.

정자에 올라서자 바다 한가운데서 매몰차게 불어오는 서해 바람이 땀방울을 쉬 식혀준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다에 뿌려 놓은 듯 한 덕적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소야도·문갑도·선갑도·먹도 등이 멀리는 아스라한 굴업도·각흘도 등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고개를 돌리면 능선의 출렁임이 멀리 국수봉(해발 314m)까지 이어진다. 유인도 8개, 무인도 33개의 섬으로 형성된 덕적군도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360도 돌아간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가만히 바다가 주는 장관을 감상하자 덕적도가 그 옛날 선조들이 한강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나와 중국 대륙으로 향할 때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덕적도는 지리적 특성상 인천 앞바다의 뱃길을 열어주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굴업도 등에 가기 위해서는 덕적도를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지리적 특성은 당나라 때 소정방이 백제를 침략하는 바닷길로 역이용되기도 했다.

진1리로 하산길을 잡는다. 산을 내려와 덕적 초중고교 방향으로 걷다보니 도우산책로를 만난다. 1.23km의  숲길을 빠져나오면 어느새 배가 닿았던 도우선착장이다.

▲ 비조봉에 오르면 서포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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