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기! 저기! 진짜 물이 갈라져!” 바다가 좌우로 길을 내며 감춰둔 비경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바닷가 앞에서 물때를 기다리다 솟구친 땅 위를 빠른 걸음으로 ‘첨벙 첨벙’ 달리기 시작한다. 장화를 신고, 양손에는 호미와 소쿠리를 들고 자리를 잡는다. 잔손질로 땅을 파자, 안에서는 마법처럼 알록달록한 조개가 곰살맞게 고개를 내민다. 석굴, 소라, 바지락이 소쿠리 안을 채우자 추위도 잊은 채 모두 신이 난 모양이다. 바닷가에선 환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돌에 붙은 작은 굴을 ‘툭툭’ 쳐 본다. 작은 우윳빛 굴이 수줍게 안을 꽉채우고 있다. 무창포 앞바다는 또 한 번 마법을 부리며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인심을 쓴다.
대천해수욕장이 정열과 젊음의 상징이라면 남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창포해수욕장은 가족단위 여행자들을 위한 안락함과 신비로움으로 대변된다.
이곳은 1928년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돼 백사장 길이 1.5km, 수심 1~2m, 수온 섭씨 22도, 경사도 4도의 해수욕장으로 주변에는 송림이 울창해 해수욕과 산림욕을 동시에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넘어 다소곳이 휴양객을 맞는 아늑하고 낭만이 가득한 무창포해수욕장은 한 달에 3~4차례씩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바다가 속살을 들어내는 때는 매월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 전후다. 이때가 되면 석대도까지 1.5km에 이르는 바닷길이 생기고, 인파들은 바다가 내준 신비의 길을 따라 해삼, 소라, 낙지 등을 맨손으로 건져 올린다. 이런 재미는 신비의 바닷길이 있는 곳이 아니면 쉽게 맛 볼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여기다 기암괴석, 해송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일상에 지친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에 모자람이 없다. 무창포 앞바다에선 돌을 쌓아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법인 ‘돌살’을 구경할 수도 있다. 여기다 보령 8경으로 손꼽히는 무창포 낙조는 아름답다 못해 황홀한 빛으로 여행자들을 감동시킨다.
특히 근처 장군봉, 당섬, 석대도 등과 관련된 전설은 무창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구전에 따르면 옛날 이곳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아이(아들)를 출산하다 그만 아이엄마가 죽고 아이만 살아남게 됐다. 가난한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후처를 맞게 됐는데 이 계모는 예쁜 얼굴과 달리 마음씨가 곱지 못했다고 한다. 계모는 아기에게 먹여야 할 미음을 방에 그냥 놓고 볼일을 보러 나가기 일쑤였는데, 돌아와 보면 미음 그릇이 비어 있었다고 한다. 아이는 걷기를 시작하면서 밤마다 산에 들어가 무술을 연마했고, 힘과 기상이 하늘을 무너트릴 위세였다고 한다.
해수욕장 북쪽 장군봉은 아이가 무예를 닦던 곳, 당섬은 아기장군이 태어난 곳, 신비의 바닷길은 해룡과 아기 장군이 줄다리기 하던 곳이란 얘기다.
무창포 여기저기를 둘러보자 약속된 시간이 다 된 모양이었다. 아이와 해룡의 힘겨루기가 끝난 길은 서서히 전설을 품고 또 다시 바다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