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골목길 투어>> 부산
스크린 속 골목길 투어>> 부산
  • 김동우
  • 승인 2015.01.01 00:31
  • 호수 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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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때 그장면 속을 걷다

 



부산! 명소가 많아도 너무 많다. 어디부터 가야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여기를 가면 저기를 빼 먹기 마련이다. 남포동에 갔다면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로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국제시장, 깡통시장, 보수동 헌책방 골목, 자갈치 시장까지 패키지로 묶을 수 있다. 그럼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는… 여기다 마을 자체가 관광명소가 된 감천문화마을은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한정된 시간에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부산은 이렇게 잘 알려진 곳 말고도 구석구석 가볼만한 장소가 넘쳐나는 도시다. 특히 스크린 속에 등장했던 낯익은 식당이나 거리가 즐비하다. 부산역을 나와 길만 건너도 상해거리가 발걸음을 잡는다. 영화 ‘올드보이’에 나왔던 중국집 ‘장성향’, ‘범죄와의 전쟁’,‘신세계’의 촬영지로 유명한 ‘화국반점’이 지척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부산하면 영화 ‘친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친구의 장면을 쫓아 부산 골목길을 걸어 봤다.


영화 친구의 배경을 따라 걷는 부산 여행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맛이 한데 어우러진 더 없이 좋은 도심 트레킹 코스다. 부산지하철 1호선 좌천역에서 범일역까지 한 정거장 사이를 두고 걷는 나만의 걷기 여행은 부산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에 빠져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좌천동은 부산에서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구 거리가 있는 곳이다. 좌천역을 나와 육교에 올라서면 영화 ‘아저씨’ 등의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띈다. 육교를 건너면 곧 바로 매축지 마을과 닿는다.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해 보이는 좁은 골목길로 이뤄진 매축지 마을은 동네 자체가 영화 세트장 같이 복고적이다. 서민들의 가슴시린 애환이 배어 있는 이 마을은 70~80년대 정취를 물씬 풍긴다. 독특한 풍경을 간직한 동네답게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매축지 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두에 내린 마부와 말, 짐꾼들이 쉬던 곳이었는데, 해방 이후에는 귀국한 동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같은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지금도 골목 구석구석에는 마구간을 개조해 만든 가옥이 남아 있다.

매축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면 다음은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성대 공원으로 방향을 잡자. 이곳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주둔하면서 쌓은 성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이 성을 일본 장수의 이름을 따 ‘고니시 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성대 공원에서 우리 역사의
생채기를 남긴 한 장면을 떠올렸다면 다시 기분을 풀어보자.

자성대 공원 맞은편에는 부산진 시장이 연일 활력으로 열기를 뿜어낸다. 곧 결혼을 앞둔 커플이라면 혼수용품 전문 시장으로 유명한 부산진 시장은 필수 코스다. 또 트레킹으로 시장기가 밀려온다면 부산진 시장 근처에서 부산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노상에서 파는 호떡과 어묵 그리고 빨간 떡볶이의 맛이 일품이다. 그 중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부산어묵의 감칠맛은 꼭 맛봐야 할 것 중 하나다.

든든하게 요기를 했다면 국제 호텔로 방향을 잡자. 이곳은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칼에 찔리며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 해라….”란 명대사를 남긴 전신주가 있는 곳이다. ‘장동건 전신주’란 별명을 얻은 이곳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촬영장소란 표지판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국제 호텔 앞에 어떤 전신주가 영화 속에 등장한 것인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찾아보자. 비가 오는 날이라면 더욱 생생하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장동건의 최후를 목격했다면 범일역 근처 일명 ‘친구 육교’에서 트레킹을 마무리 하면 된다. 친구 육교 위에 서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옆구리에는 가방을 끼고 신나게 달리던 모습이 금방 떠오를 거다. 부산의 역사와 맛 그리고 영화 속 명소까지 부산에서 이만한 걷기 코스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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