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신년기획]수산산업인을 만나다(2)
[수협신년기획]수산산업인을 만나다(2)
  • 김동우
  • 승인 2015.01.01 00:31
  • 호수 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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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가 부르는 바다의 노래’ 출간한 박말애 씨

해녀의 삶 담은 수필집
'파도와 싸우는 해녀들의 숨소리 생생하게 전해보고 싶었죠"

‘나의 글쓰기는 심연의 독백이랄까.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써오듯 백지를 채워야 하는 알 수 없는 목마름의 대상이 글쓰기였다. 녹녹치 않은 삶의 무게에 한 겹 더 무게를 얹으며 두서없는 글의 영역을 탐하여 왔다. 그러나 언어의 세계는 심취하면 할수록 바다만큼 광범위하였다.’

부산 대변 앞바다를 생의 터전으로 살아온 해녀 박말애 씨<사진>가 ‘해녀가 부르는 바다의 노래’란 수필집을 발간하고 책 앞머리에 쓴 글이다.

그는 글을 쓰는 해녀다. 초등학교 밖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평생 글을 쓰고 읽으며 살았다. 그러다 최근 평생 써온 글 중에서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냈다.

이 책에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를 벗 삼아 자맥질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듯, 심해에서 건져낸 그녀만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수필 40여편이 수록돼 있다.

특히 해양 문학은 바다에 관한 체험이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지는데 배와 바다, 즉 항해에 관한 시나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해녀’라는 한국 고유의 특수성을 감안한 수필집은 흔치 않은 작품이란 평이다.

그녀는 “해녀를 소재로 삼은 건 곧 자신의 삶이자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해녀의 팍팍한 삶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즐거워도 글을 쓰고, 화가 나도 글을 썼죠. 지금도 매일 일기처럼 글을 써요. 써서 버린 공책만도 셀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해 등단은 생각도 못했지만, 어느 날부터 원고 청탁 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익숙한 물질처럼 그녀의 집필은 시작됐고, 유유한 파도처럼 세상에 목소릴 내기 시작했다.

“해녀란 이름이 붙은 지 벌써 40여년이네요. 사라져 가는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는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녀의 삶을, 해녀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파도와 싸우는 그녀들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보고 싶었죠.”

인터뷰 중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곧 소녀 같은 눈물을 보였다.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 용돈을 벌겠다며 조업을 나가 돌아오지 못했죠… 그렇게 좋았던 바다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바다를 떠났었죠. 하지만 바다가 궁금하고, 바다가 보고 싶고, 바다에 한 풀이를 하고 싶었어요. 결국 다시 바다로 돌아왔어요. 바다는 아프고, 두렵지만 아늑하고 따뜻해요. 꼭 야누스의 얼굴 같죠. 결국 저는 바다를 버리지 못하고, 글을 버리지 못할 거예요.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을 통해 바다의 애환 그리고 해녀의 삶이 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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